‘노자(老子)’엿보기
‘노자(老子)’엿보기
  • 김동수 시인
  • 승인 2020.11.0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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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자는 『도덕경』에서 ‘도(道)는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하게 하는 근본 원리이고, 이 도를 지키고 따르는 것이 덕(德)이라 하였다. 모양도 없고 소리도 없어 어떤 것에도 지배받지도, 의존하지도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무위(無爲)의 자연. 때문에 통치자가 이 무위의 자연을 본받아 백성을 지배하려 하지 않고 그들의 자발성에 맡기게 되면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공자가 배움과 도덕성을 주장하는 위학(爲 學, 학문을 위한다.)이라면, 노자는 위도(爲 道, 도를 위한다.) 곧, 일체의 인위적인 행위를 가하지 않고 스스로 그러하도록 두어 그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는 자연성 자체를 도라 하였다. 그러기에 도는 이름이 없다. 도를 도라 말하면 그것은 이미 도가 아닌 비상도(非常道)가 된다.

 노자는 상대적 분별에서 오는 가치관을 부정했다. 고저, 장단, 강약과 같은 이분법적 판단은 절대적이고 완전한 것일 수가 없다. 그것들은 모두 만물의 변화과정 중에 드러나는 표면적·일시적 현상에 불과할 뿐, 사물의 참된 성질이나 가치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도는 인간의 감정이나 기대, 의지에서 독립되어 인간의 일에 대하여 무정하고 냉담하다. 뿐만 아니라 허정(虛靜)하기에 언제나 공평무사하다. 꽃이 피고 지는 것도 그렇고 사람이 죽고 사는 것도 결국엔 자연의 품에 안겨 공평무사하게 흙이 되기 때문이다.

 노자는 물의 덕성이 도에 가깝다 하여 물을 특히 좋아하였다. 상선약수(上善若水)가 그것이다. 물이 항시 낮은 곳에 머물며 만물을 이롭게 하고, 남과 다투지 않아 겸허와 부쟁(不爭)의 덕을 지녔다. 뿐만아니라 낮고 약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세상의 강한 것을 부린다. 약하고 소극적인 것은 언제나 강하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변해가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고 오히려 희망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무(無)를 유(有)의 우위에 두었다. 만물의 본체는 무(無)이며 무에서 유가 나오기(有生於無) 때문이다. 이는 유(有)의 의미에 대한 과소평가 아니고 무용지용(無用之用)에서 볼 수 있듯, 무와 유를 일원론적으로 통찰하는 관계론적 세계관이다. ‘무위(無爲)하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는 게 없고(無爲而治), 전쟁을 하지 않고도 승리하는 무위이화(無爲而化)의 통치사상도 이러한 무(無)의 철학에서 비롯된 덕목이다.?

 노자는 오늘날의 도서관장에 해당되는 주나라의 장서실에서 주하사(柱下史)의 일을 맡아 많은 책을 열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치권력을 둘러싼 인간의 온갖 추악상을 다 목격하게 되었다. 이 무렵 공자가 주나라에 가서 노자에게 예(禮)에 대해 물었다. 이때 노자는 공자의 허명과 교만을 지적하고, ‘군자는 올바른 때를 얻으면 자리에 나아가고, 때를 얻지 못하면 떠돌아다닌다’. ‘뛰어난 상인이 값진 물건을 감추듯, 군자는 덕이 있어도 겉모습이 바보같이 보인다.’ 그대는 ‘세상을 구제하려는 야망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70세 경에 노자는 진(秦)나라로 가서 은둔할 것을 결심하고 황하를 건너 함곡관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때 그곳의 수문장인 윤희가 “선생님께서는 은둔하시기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군요. 저를 위해 저술을 해주십시오”라고 말하자, 『도덕경』상?하 두 편을 써서 도(道)와 덕(德)에 관한 5천여자의 글을 남기고 떠났다. 여기에서 그 유명한 노자 『도덕경』이 탄생하게 되었다.

 『노자』에 나타나는 세속적 가치에 대한 강한 부정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외적 욕망을 덜어내고 또 덜어내는 수양의 길을 의미한다. 어지럽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사회가 덧씌운 비본질적인 것, 인위적인 모든 것을 덜어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고 한다, 이것이 바로 만물에 깃든 ‘도(道)’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노자는 말한다. 인위를 버리고 자연 그대로를 추구하라고, 이것이 바로 노자의 핵심 사상인 무위자연의 세계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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