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을 거치면서 미국이 더 이상 민주주의의 모범국가가 아님이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분열시키고 세계를 분열시켜 왔다. 쇠락하는 미국을 부활시키기 위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 눌러서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미 판세가 기울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수가 1억2천만명 가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720만명의 두 배가 되었다. 11월 3일 현장투표자수는 6,000만명 부근일 것이다. 사전투표에는 민주당표가 많고 현장투표에는 공화당표가 많다. 현장투표를 먼저 개표하기 때문에 현장투표 결과를 기반으로 전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고 우편투표는 사기라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편투표를 계속 부정투표의 온상이라고 비난해왔고 바이든에 유리한 여론조사결과를 음모론으로 몰아왔기 때문에 상당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면 정말 그 말을 믿고 따를 것이다. 트럼프가 패배하는 것으로 보이면 트럼프의 극우파 지지자들이 우편투표 개표장에 진입하여 개표를 방해하고,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지지자들도 이에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많은 개표장 부근에서 충돌이 벌어지고, 잘못되면 도심으로 폭동이 확산할 수 있다. 이러한 충돌가능성에 불안을 느껴 미국민들의 총기구매가 폭증하고 있다. 이미 작년의 두 배 정도 총기를 구매했다. 대도시 상가들은 약탈을 방지하기 위해 윈도우에 합판을 덧대느라 바쁘다.
트럼프는 선거결과가 불리하면 어떻게든, 보수 6 진보 3으로 구성된, 대법원으로 가져가겠다고 여러 번 시사했다.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이 플로리다에서 재검표를 방해하여 결국 대법원이 시간이 늦었다며 재검표 없이 플로리다의 투표결과를 확정하여 부시가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었다. 이번에도 우편투표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전국적으로 우편투표의 개표를 지연시키며 결국 대법원에서 결정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트럼프는 이미 주별로 대규모 개표 감시자와 변호인단을 조직하였다. 여차하면 여러 가지 법적 분쟁에 뛰어들 생각이다. 물론 이에 대응하여 바이든도 주별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조직하였다. 바이든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못하는 한 이제 분쟁과 충돌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근본적인 이유는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이 거의 멈추고 있고, 중하층을 위한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빈부격차는 오히려 더욱 커지면서, 집단들의 괴리감이 더욱 커져, 합의에 이르기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백인중하층이 경제적 불안에 빠지게 되어 트럼프의 선동에 쉽게 휘둘리고 있다. 백인중하층의 생활이 힘들어지고 사회적 지위가 추락하면서 트럼프의 중국과의 파괴적인 무역전쟁이나 이민과 소수인종에 대한 배척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처지에 공감한다고 생각하며 무언가를 해결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백인들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정책들은 감정표출에 불과하지 실제적인 해결과 개선을 이루어지는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재임기간 동안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백인중하층의 경제상황을 개선한 것도 아니고 이들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준 것도 아니다. 트럼프와 같은 정치인들이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갈등과 불신을 더욱 조장해 미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이정덕 <전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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