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9) 망신당하기 좋은 우리말 실력
[바른 우리말 산책] (9) 망신당하기 좋은 우리말 실력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1.02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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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들의 우리말 실력 때문에 망신을 자초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아주 가까운 사이를 일컬어 말하면서 “이 사람과 나는 아주 막연한 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막연한 사이란 어떤 사이일까? ‘막연(漠然)’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렴풋하다. 또는 아주 넓거나 멀어 아득하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아득하고 멀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이를 말할 때 ‘막연하다’는 말을 쓴다.

  그리고 아주 가까운 사이는 ‘막역(莫逆)하다’고 해야 한다. 막역은 ‘어떤 말을 해도 거슬리지 않는 친한 사이’라는 뜻이다. 마음에 불편함이 있거나 탐탁하지 않은 사이에서는 듣기 좋은 말을 해도 곧이곧대로 들리지가 않는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고 마음이 맞는 사이라면 ‘막역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막역한 사이라고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우리 격언 가운데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면장은 마을에는 이장(里長)이 있고 면에는 면장(面長)있고 군에는 군수(郡守)가 있다는 의미의 직급이 아니고 면장(免墻)을 의미한다. 이때 면장의 면(免)은 벗어난다는 뜻이고 장(墻)은 담장을 의미한다. 두말을 합치면 면장(免墻)은 ‘담을 벗어난다’는 뜻이니 알아야 무식을 면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가끔 자기 과시를 나타내는 말로 ‘내로다’라는 말을 많이 쓴다. 제까짓 것이 뭐라고 ‘내로다’하고 다닌다고 하는 데 이 말도 ‘내로라’가 맞는 말이다. ‘내로다’는 국어사전에 없는 말이고 ‘내로라’가 맞다. 이는 ‘나이로라’ 또는 ‘나 올시다’라는 뜻이다. 망신당하지 말고 바른 뜻으로 바르게 쓰자.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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