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동 마을 나들이가 좋아
세동 마을 나들이가 좋아
  • 진영란 장승초 교사
  • 승인 2020.10.22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세동 마을로 나들이 갈래요?

 나들이하기 딱 좋은 선선한 날씨다. 2학년 형님들이 하울이, 은호가 사는 원세동 마을로 나들이를 간단다. 우정 마을보다 더 먼 거리를 나들이할 엄두를 못 내고 있었는데 2학년 이지샘이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주어 우리 1학년도 나들이를 함께 하기로 했다. 갑작스러운 마을 나들이었지만 아이들과 모여 앉아 나들이할 마을에 대해 알아보았다.

 “세동 마을에 뭐가 있을까?”“강아지 카페요!”스쿨버스를 타고 세동 마을을 지나서 통학하는 상빈이가 말한다. 강아지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앙쥬카페는 상빈이 마음 속에도 강렬하게 자리 잡은 모양이다.

 “나들이 끝나고 앙쥬카페에 가서 맛있는 음료수도 한 잔씩 먹고 올 거예요!”“진짜예요?”아이들 눈이 일제히 커졌다가 행복한 미소로 번진다.

 “세동 마을에 앙쥬카페도 있지만 하울이 누나랑, 은호 누나 집도 있고, 100년도 넘은 세동 교회도 있어요. 또 뭐가 있을지 나들이 하면서 살펴봐요.”나들이 가는 길에 며칠 전에 심어 놓은 쪽파, 양파, 비트 싹이 났는지 살펴보았다. 당근과 무싹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고, 다른 것들은 아직 소식이 없다. 학교 논에 심어놓은 벼들은 고개를 숙이고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정말 가을이다. 교실 문을 열고 나가기만 하면 계절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맘껏 탐색할 수도 있다. 살아있는 교과서가 지천에 널린 장승이라는 학교는 참 좋은 학교다.

 

 2. 하울이 은호네 세동 마을

 세동 마을 입구에 옥수수를 따는 동네 아주머니가 계신다.

 “옥수수 따세요?”“응, 비 오기 전에 따려고!”우정마을 사는 수진이네 어머니다. 나랑은 동네 언니동생 사이다.

 “옥수수 맛있겠다!”입맛을 다시는 우리를 보더니, 학교 가서 삶아먹으라고 옥수수 세 봉지를 주신다. 학교 옥수수농사가 흉년이어서 올해는 그 맛난 옥수수맛을 보지 못한 아이들이 수진이 어머니가 주신 옥수수를 반갑게 받아든다. 양 손이 무겁다.

 세동 마을 첫 집은 조철 셰프님이 3년 전에 진안에 내려와 문을 연 농가레스토랑 ‘모래내너머’다. 모래재너머가 있는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나 여기 와 봤는데! 여기 엄청 맛있어!”가족들이랑 3번이나 와봤다는 소율이가 식당자랑을 늘어놓는다. 마침 셰프님이 마당에 계셔서 아이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어 주신다. 다음에 방문하기로 약속을 하고, 하울이네 집으로 향했다.

 하울이네 집은 최근에 개축을 해서 집이 참 크고 좋다. 하울이에게 질문이 쏟아진다.

 “왜 공사를 했어?”“병아리는 언제 낳았어? 닭은 몇 마리야?”학교에서 당차고 야무지던 하울이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수줍어한다. 미리 궁금한 점들을 정하고 나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하울이네 마당에서 닭도 구경하고, 하울이네 멋진 집 앞도 서성거려서 좋았다.

 하울이네 집에서 열 발자국쯤 떨어진 은호네 집으로 향했다. 은호네 집은 마을회관을 수리해서 봄에 이사를 했다. 집 앞에 아기자기한 그로우백 텃밭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고양이가 가르랑거리고 있다. 아이들은 일제히 고양이에게 몰린다.

 “고양이 이름이 뭐야? 암컷이야?”

 “초코야. 쟤는 스스고”학교에서는 말도 크게 하지 않던 은호가 망설이지 않고 대답을 한다. 친구들이 자기 집을 방문해서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은호네 집 담장을 돌아서 세동 교회로 향했다. 교실에서도 설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교회를 발견해낸다.

 “저 교회가 100년이 넘었다고요? 엄청 오래 전에 지은 교회 맞아요?”벽돌로 지은 교회가 웅장하고 튼튼해 보인다. 구한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진안에 자리 잡은 교회 중에 제일 오래된 교회다.

 “교회 마당에 엄청 귀여운 강아지 있는데 같이 볼래?”

 하울이는 교회 앞마당에 사는 개를 우리에게 소개해주겠다며 앞장을 선다. 하울이가 본격적으로 세동 마을 해설사로 나선다.

 “여기는 소를 키우고, 닭도 키우고 동물농장이야!”앙쥬카페랑 담장을 맞대고 있는 이웃집을 소개하는 목소리는 노래하듯 가볍고 경쾌하다.

 “응, 그래서 냄새가 났구나!”전주에 사는 초롱이가 소똥냄새를 알아차린다.

 “여기만 돌면 앙쥬카페야!”

 하울이가 우리를 카페로 안내해 준다.

 

 3. 세동 마을 아지트, 앙쥬 너로 정했어!

 우리를 기다리던 앙쥬사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앙쥬카페에 있는 강아지들과 놀기 위해 알아야할 것들을 질문했다.

 “우리가 강아지랑 놀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우리 카페 강아지는 사람들이랑 많이 놀아서 많이 들어가서 놀아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데, 강아지랑 놀기 전에 친구들 손을 내밀어서 냄새를 맡게 해주면 더 좋아요. 그리고 사람을 워낙 좋아해서 올라탈 수도 있으니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친구는 놀라지 마세요!”사장님의 설명을 듣고, 강아지들이랑 본격적으로 놀이시간을 가졌다. 넓은 마당, 강아지 놀이시설이 잘 갖추어진 앙쥬는 우리 아이들이 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1학년 동생들이 무서워하면 2학년 형님들이 보살펴주고, 참으로 평화로운 시간이었다. 각자 음료수 1잔씩을 사이좋게 먹고는 마당에서 1,2학년이 서로 섞여서 한발뛰기를 하며 사이좋게 논다. 강당 사용문제로 서로를 원망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밖에 나오길 참 잘 했다.

 학교로 돌아오는 발걸음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너무 아쉬워요! 우리 세동 마을 또 가요. 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세동 마을로 나들이를 가자며 성화다. 앙쥬에서 먹은 맛난 음료며, 귀여운 강아지, 너른 마당이 주는 기분 좋은 설렘은 먼 길을 걸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교실에 돌아와서 수진이 어머님이 주신 옥수수를 껍질을 벗겼다. 옥수수수염은 차를 끓여먹어야겠다며 영윤이가 옥수수수염을 모은다. 옥수수가 25개다. 2학년 옥수수는 60개. 전교생이 나누어먹을 수 있는 양이다.

 서둘러 옥수수를 찜솥에 쪘다. 점심을 먹고 온 학교가 옥수수 잔치를 벌였다.

 “수진이 언니네 옥수수야. 정말 맛있지? 언니 보면 잘 먹었다고 해요!”오늘 수진이는 전교생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오래토록 받았을 거다. 참으로 행복한 모습이다.

 

 4. 세동 마을 첫 나들이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수진누나네 옥수수밭>  -옥수수를 얻어왔어요. 그래서 삶아서 먹었죠. 옥수수가 엄청 맛있었어요. 옥수수 수염차를 만들어 먹을 거예요.

 

 <모래재너머-농가레스토랑>  -조철 셰프님이 계세요.

 -나중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싶어요.

 

 <하울누나네 집>-원래는 떨어져있었다는데 지금은 붙어 있어요.

 -닭장에 병아리가 있었어요.

 

 <은호누나네 집>  -고양이 초코를 봤어요.

 -스스도 봤어요.

 

 <세동교회>-강아지를 봤어요.

 -100년도 넘었대요.

 

 <앙쥬카페에서>  -강아지를 만져봤어요. 진돗개도 있었어요.

 -진돗개가 성주를 물려고 따라왔어요.

 -강아지 3마리가 성주를 따라왔어요.

 -블루에이드가 달콤했어요.

 -레몬에이드가 셨어요.

 

 마을나들이를 하면 맛있는 것을 먹어요. 맨날 교회가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세동리 나들이가 좋아요. 강아지 앙쥬가 귀여워요.

 

 무제(김영윤)학동마을에 있는 교회는

 학동교회

 세동 마을에 있는 교회는

 세동 교회

 장승마을에 있는 학교는

 장승학교

 

 마을에 있으면

 뭐든지 마을이 된다.

 진영란 장승초 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