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특고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때이다
  • 윤진식 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
  • 승인 2020.10.2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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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근로형태가 노동시장에 많이 생겨나고 있다. SNS나 앱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고용형태(플랫폼 노동)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플랫폼(platform) 노동자라 부르고 있으며, 배달업,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으로 대표되는데 이른바 특수고용형태노동자(특고노동자)의 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근로형태는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형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특고 노동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220만 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한 전체 취업자 2,709만 명(2018년 10월 기준)의 8.2%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러한 전체 특고 노동자 가운데 165만 명은 전통적인 특고 노동자이며, 나머지 55만 명은 이른바 새로운 특고노동자로서 플랫폼노동자, 강사, 가사도우미, 방문판매업자 등으로 성격상 기존 특고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영업자의 특성이 강하지만 노동권의 보호를 받지 못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특고노동자들은 근로형태만 보면 사용자에게 종속된 임금노동자로 볼 수도 있겠지만 법적 신분은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시간에 쫓기며 목숨을 건 곡예운전을 하며 업무를 수행하지만 정작 보수는 그리 높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배달을 주로 하는 직종은 한 건에 3천원을 받는다면 한 시간에 3건은 배달을 해야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라 생계를 위해서는 장시간 근로가 불가피하고 상시 사고의 위험 속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통사고가 나거나, 다쳐도 별도의 사적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현행 노동법상 보호를 받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사용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을 받는 이른바 ‘사용종속관계’가 인정이 되어야 하는데, 플랫폼노동자와 같은 특고노동자들은 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고,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기도 어려워 근로기준법이나 노조법상의 노동자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것이다. 법원에서는 이러한 ‘사용종속관계’를 판단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현행 우리나라 노동법제하에서는 ‘근로자’로 인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노동법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제정된 법률들이다. 그런데 현재 상황은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는 이른바 힘 있는 조직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결성하여 자기 목소리를 내며, 자신들의 권리 이상을 찾고 있지만 정작 보호가 필요한 法外의 특고노동자들이 의지하고 호소할 것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회에서는 특고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다수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현실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노동자라고 불리지만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특고노동자들이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할지 여부, 인정을 한다면 노동3권만 보장할지 전면 적용할지 등 노동법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편하는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서는 진지한 사회적 대화를 먼저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를 토대로 국가차원의 사회보험료 지원과 같은 현실감 있는 정책적 지원방안을 마련하여 특고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여야 하고, 특고노동자들 역시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 업종별 상호연대를 통하여 스스로 ‘자기노동’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자구책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윤진식 <전북공인노무사회 회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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