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7) 비만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바른 우리말 산책] (7) 비만인 사람은 하나도 없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0.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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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만(肥滿)이란 지방 세포의 비대나 수적인 증가에 의해 체내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비만 고민의 열풍에 빠져있다. 그리고 TV를 켜면 비만에 관한 먹거리, 약, 운동 등의 이이야기들로 도배를 한다.

  옛날에는 없어서 못 먹어 야위었는데 요즈음은 먹는 일이, 살이 찌는 일이, 뭄 무게가 늘어나는 일이 무서워진 것이다. 체중계에 오르면 몸무게만큼이 불행의 무게이고 행복지수는 사라진다. 몸무게만큼 쇠락해지는 자존감, 자신감이 행복을 갉아 먹으니 서글퍼진다.

  그런데 비만인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비만은 ‘뚱뚱하다’라는 의미로 널리 쓰이지만 ‘비만이다’는 바른말이 될 수 없다. ‘비만’은 “살이 찌서 몸이 뚱뚱함”을 일컫는 명사다. 일반적으로 명사 뒤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붙는 것은 자연스럽다. 이 때문에 ‘비만이다’가 널리 쓰이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명사에 ‘이다’가 붙어 서술어를 이루는 것은 아니다. 또 ‘A는 B이다’의 문장에서 A와 B는 동격을 이뤄야 한다. “이것은 책이다”, “그분이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이다” 등의 예문에서 ‘것=책’ ‘그분=선생님’의 구조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순실이는 비만이다’에서는 ‘순실=비만’이 될 수 없다. ‘순실이는 뚱뚱함이다’는 너무 어색하다.

 ‘비만’은 뚱뚱한 상태를 나타내는 상태 명사다. 이런 상태 명사에는 ‘건강’도 포함된다. 이 ‘건강’을 ‘순실이는 건강이다’로 쓸 수 없다. 그러면 뭐라고 써야 할까? ‘순실이는 건강하다’로 써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 ‘비만’도 마찬가지다. ‘비만이다’가 아니라 ‘비만하다’로 써야 한다. 즉 ‘비만인 사람’이 아니라 ‘비만한 사람’이 옳다는 말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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