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 승인 2020.10.1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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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개봉한 이한 감독의 영화 <증인>의 명대사다. 변호사로 연기한 배우 정우성과 호흡을 맞춘 배우 김향기(극중 지우)가 한 말이다. 지우는 자폐증을 앓는 학생이었다. 영화는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학생의 증언을 둘러싼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지만 자폐학생인 지우. 타인은 장애를 가진 지우의 증언이 신빙성이 있겠느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진실을 말해 봤자 그 말을 믿으려 하지 않고, 증인 자격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를 묘사한다. 지우 역시 세상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의심의 눈초리도 쳐다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애초 변호사가 지우를 찾은 것은 자신이 처한 입장과 이익을 위해서였다. 유일한 목격자를 통해 어떤 말이든 이끌어 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발품을 팔기 시작한 것이다. 법원은 자폐학생을 증인으로 내세워 증인으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1심 판결이 난다. 2심에서의 반전은 변호사와 지우의 ‘교감’이 만든 쾌거였다. 지우는 어눌한 목소리로 변호사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말을 던진다. 이 말은 지우가 세상을 향해 외친 일갈이었다. 변호사는 순간 머리가 멍해지고 만다. 증인으로서가 아닌 장애를 가진 자폐학생의 진심을 마음으로 받아들인 그는 그 스스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지우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기로 작심한다. 변호사의 지위까지도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지우의 진정성을 파악하게 되자, 지우도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변호가 아니라, 지우가 본 현장의 진실을 밝혀낸다.

 결국 억울하게 자살로 묻힐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것으로 영화를 앤딩된다. 영화의 대사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말은 이후 오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본업인 변호사의 길이 아닌, 한 장애학생과 진정한 교감을 선택한 정우성의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필자 역시 그 물음에 스스로를 되 뇌여 본 적이 많다. 과연 나는 좋은 사람이었는지 돌이켜 보면 부끄러움이 앞섰다. 그러기에 마음을 한 번 더 정갈히 해 보기 위해 노력하는 ‘신독’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누구든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선뜻 얘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이 대사는 현세에서 자신을 한 번씩 되돌아 볼 수 있는 참 의미가 있는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쉽게 누구도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말은 아닌 듯하다.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던진다면 진짜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본다. 자폐 학생이라서 장애인이라고 해서 하는 말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 학생도 그만큼 용기가 있기에 했을 것이고 또 다른 측면으로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이 자신의 처지나 입장에 대하여 믿어주지도 않을 것이고 믿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질문을 던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물으면 좋은 사람이라고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니야 나쁜 사람이야” 라고 얘기할 사람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복잡하게 얽혀진 사회를 살고 있다. 어느 한순간이라도 가슴에 손을 얻고 “나는 좋은 사람인가”라고 반문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반성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주변에 비치는 나의 뒷모습도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진실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진실성이 없으면 그냥 그 사람을 이용하여 내 이득만을 얻고자 하는 사기성에 불과할 것이다.

 지금 이사회는 그 진정성을 담보로 하면서 마음을 얻으려는 사람은 많다고 보지만, 다만 구분하기 어렵고 상대만이 그 진정성은 알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세계로 빠져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또 그 사람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데 그 사람의 지위와 행태에 따라 그 진실을 믿고 안 믿고 하는 것들이 아주 많다. 진실을 말하려는 증인이 자폐학생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영화와 우리 사회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나는 진실성 있게 얘기하는데 믿지 않으려고 하는 행태는 이 사회가 바로잡고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지금 우리사회를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풍전등화 같다. 진실과 현실의 상황을 외면하고 사적이익과 집단이기주의가 결합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혼란의 길로 가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살다 보면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은 비정하고 모순 투성에다 실수도 하고 힘든 일도 많다. 세상에 실수하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실수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좋은 사람은 못되어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지금이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백순기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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