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와 만산홍엽(滿山紅葉), 안전한 가을산행 요령
코로나 블루와 만산홍엽(滿山紅葉), 안전한 가을산행 요령
  • 홍영근 전라북도 소방본부장
  • 승인 2020.10.1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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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산행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더욱이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은 산으로 우리를 자연스레 이끈다. 하지만 가을산은 울긋불긋한 색상만큼이나 변덕스럽다. 가을산의 변덕스러움에 대비치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오르다가는 사고를 당하기 십상이다.

 산악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 가을이다. 산행인구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첫 이슬이 맺히기 시작하는 절기인 ‘한로(寒露)’가 지나면서 등산로가 젖어있는 경우가 많아 낙엽 등으로 인해 미끄러지기 쉽기 때문이다. 지난 9월 27일에 완주군 동산면에서 등산하던 50대 남성이 실종 사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고, 10월 5일 진안군 상전면에서는 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산을 오른 70대 남성이 닷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되었으며, 9일에는 임실군 신덕면에서 밤을 따러 나갔던 8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최근 5년간 도내 산악사고는 2,502건 발생했다. 이 중 가을철(9월~11월)에 발생한 산악사고는 840건(33.5%)으로 하루 평균 1.9건꼴이다.

 산악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길을 잃는 등 조난사고와 실족 및 추락, 탈진·탈수, 개인질환이다. 가을산행에서 유형별 산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길을 잃는 등 조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간산행은 지양하고 산행 전 등산코스와 난이도, 기상 등 충분한 정보를 숙지하고 랜턴 등 안전장비를 소지해야 한다. 출입금지 구역과 등산로가 아닌 곳의 출입은 삼가되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없을 때는 스마트폰 GPS 기능을 켠 상태로 119에 신고한다. 산에서는 휴대전화의 배터리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유사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조배터리를 지참한다. 조난사고 예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신의 위치를 수시로 확인하는 일이다. 산행 중 보이는 국가지점번호판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수시로 촬영해 응급상황 발생 시 119에 안내하면 신속한 구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둘째, 실족 및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고 발에 잘 맞는 등산화 착용 및 등산스틱을 사용하며, 경사지나 암석이 노출된 구간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가을에는 큰 일교차로 인해 젖어있거나 낙엽으로 인해 미끄러운 곳이 많아 실족사고 위험이 크다.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되 발목 부분을 잘 고정해야 미끄러지지 않는다. 버섯채취 등을 위해 등산로를 벗어난 험준한 곳을 찾는 경우 무리한 산행에 하체에 힘이 풀려 실족이나 추락의 발생률이 높다. 아울러 수려한 가을 산의 정취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조금은 무모한 행동으로 인해 추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욕심을 버리면 안전이 보인다. 가을산행은 안전이 제일이다.

 셋째, 힘이나 수분이 부족한 상태인 탈진 및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인 체력에 맞는 적절한 등산로를 선정하고 산행 중 충분한 수분 섭취와 칼로리 소비에 대비한 비상식량을 준비한다. 배낭은 가볍게 하고 등산은 아침 일찍 시작해 해가 지기 한두 시간 전에 마친다. 반드시 2인 이상 함께 등산하되 일행 중 가장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산행한다. 탈진·탈수가 의심될 때에는 휴식을 취하고 119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한다.

 넷째, 개인질환과 관련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산행 전 준비운동을 통해 자신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체력을 넘어선 무리한 산행을 피해야 한다. 개인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2인 이상이 함께 등산하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등산복 착용 및 여벌의 옷을 준비해 저체온 증상에 대비해야 한다. 여름보다 해가 빨리지는 가을에는 기온이 급격히 하락할 수 있어 하산 스케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산행 중 몸의 이상이 느껴지면 망설이지 말고 119에 신고한다.

 산악사고는 소방대원들에게도 어려운 출동이다. 험준한 지형의 산길을 구조장비를 가지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체력소모도 많기 때문이다. 산악사고는 대부분 무리한 산행과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다. 가을산의 변덕스러움에 충분히 대비한다면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정취를 즐기며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홍영근<전라북도 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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