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신건강의 날,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신가요?
세계정신건강의 날, 당신의 정신건강은 안녕하신가요?
  • 김형준 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 승인 2020.10.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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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10일은 WHO가 정한 세계정신건강의 날이자,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정신건강의 날’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각 지방정부에서는 해마다 정신건강의 중요성과 편견극복, 자살예방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렸으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하여 대부분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치러져 안타깝게도 조용히 넘어간 듯하다. ‘세계정신건강의 날’은 정신건강에 관한 대중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되었다. 정신건강이란 단지 정신적 장애, 정신질환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정신건강은 모든 사람이 생활에서 만나는 정상적인 스트레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그들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정부와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공공기관은 국민 정신건강 사업을 통해 보건의료 영역에서 통합적인 정신건강에 중점을 둔 지식과 정보를 확충하고 이러한 정보를 일반인, 환자, 가족 및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과 정신건강 관련 단체에 제공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쳐 왔었다. 세계보건기구 자료에 의하면, 정신질환은 전 세계 인구의 약 12%에서 발견되며, 그중 4분의 1만이 진단과 치료의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한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약 인구의 25% 정도가 평생 한 번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지만, 그중에 극히 일부만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발표하였다. 특히,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인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약 1억 5천400만명에 이르나 일부 선진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낮은 의료서비스로 인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신적 장애는 전 세계 모든 국가에서 흔하게 발생하며 이로 인한 개인과 가정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비용손실도 막대하다. 이러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회적 고립, 삶의 질 저하, 높은 사망률과 자살률 등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자살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하루 평균 약 38명가량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 사망률은 26.9명으로 조끔씩 감소하던 자살률이 작년에는 전년 대비 0.9%(0.2명) 오히려 늘었다. 나이별로 보면 40대 이상은 사망원인 1위가 암이었지만 10~30대는 자살이었다. 특히 20대 사망원인의 51.0%가 자살이었고 40대와 50대 또한 사망원인 2위가 자살이었다. 작년의 경우 10대와 20대, 60대에서 자살률이 각각 9.6%, 2.7%, 2.5%씩 증가했다. 반면 70대(-5.6%), 80세 이상(-3.4%) 고령층에서는 감소했다. 주목할 점은 10대 청소년과 20~30대 청년층의 자살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살률의 증가는 대부분 우울증 등 정신건강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필자의 경험으로도 최근 진료실에서 우울증, 공황장애 등 주요 정신질환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청소년과 청년층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의 발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 8월 말 현재까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은 전국 만3~18세 미성년자는 총 91만9,137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고, 2017년 15만271명, 2018년 16만6,307명, 2019년 18만2,253명으로 매년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호 의원은 “점점 더 많은 아이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고 있다는 것은 어른들이 외면해선 안 될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특히 올해는 사회 전반에 ‘코로나 블루’가 퍼져있고 ‘돌봄 공백’도 발생하는 만큼 아이들에게 세심한 ‘마음 방역’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으나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잘못된 오해와 정신질환을 수치로 여기는 문화가 뿌리 깊게 사회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지금도 정신적인 고통으로 어렵게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은 환자가 진료 기록을 문제 삼아 보험 가입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닌지, 취업이나 공무원 임용에 결격사유를 되는 것은 아닌지를 심각하게 물어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원래 우리나라의 정신건강의 날은 매년 4월 4일이었다. 불길한 숫자로 인식되는 4자 두 개가 겹친 날로 근거 없는 4자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듯이 정신질환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도 극복하자는 의미로 제정되었으나 세계 추세와 발맞추어 10월 10일로 바뀌게 되었다. 하지만 바뀐 날짜만큼 우리의 정신질환과 정신건강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는지는 의문인 것도 사실이다.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모든 질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며 아픈 사람은 치료받고 돌봄을 받을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고, 또 사회는 그래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이번 ‘세계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김형준<휴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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