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은 건강식인가
채식은 건강식인가
  • 박은숙  원광대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 승인 2020.10.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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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에 들어선 C 선생님은 건강을 위하여 채식을 시작했다. 식사할 때마다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에게 채식을 권했고, 아들은 채식에 곧잘 적응했다. 토요일 저녁, 집 골목에 들어서니 앞서가는 아들의 뒷모습이 보여 아들을 불렀다. 아들은 뒤돌아서서 “아빠, 나 치킨 백 마리만 사줘 봐.”라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닭 튀긴 냄새가 진동하는 치킨집 앞이었다.

 C 선생님은 아들 손을 꼭 잡고 치킨집으로 들어갔다. 치킨 두 마리를 포장해 집으로 돌아왔다. 아빠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한동안 치킨만 먹던 아들이 말했다. 오늘 친구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생일상에는 치킨과 피자만 나왔다. 배도 고프고 먹고도 싶었으나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느라 꾹 참았다. 맛있게 먹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니 침이 자꾸 고였다. 같이 간 친구들에게 미안했고, 생일인 친구에게는 더욱 미안했다. C 선생님은 채식을 강요했다는 자책감이 들어 아들에게 그 시간 이후 채식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아들이 커서 채식을 선택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채식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종교에서 금하므로, 동물 애호가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하여,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자 등이다. 열량 1kcal를 얻기 위해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농산물을 재배할 때보다는 가축을 사육할 때가 더 많다. 그러므로 채식을 하면 지구 온난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채식주의자의 분류법은 다양하다. 극단적 채식주의자(플루테리언)는 동물성 식품은 물론이고 식물의 잎과 줄기도 먹지 않으며, 과일과 곡식만 먹는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비건)는 고기, 우유, 달걀을 먹지 않으며, 식물성 식품만 먹는다. 우유-달걀 채식주의자(락토-오브 베지테리언)는 육류, 생선, 해산물은 먹지 않으며 식물성 식품과 우유, 달걀을 먹는다.

 연구 보고에 의하면 채식을 하는 종교 집단은 일반인에 비해 체중이 적게 나갔으며, 평균수명은 5년이나 더 길었다. 채식을 하는 집단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섭취량이 적어 비만, 동맥경화,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항산화 영양소 섭취량이 많았고, 암 발생률과 기생충 감염률이 낮았다. 그러나 채식주의자는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 성장과 면역 기능이 있는 아연, 뇌 발달에 필요한 비타민 B-12 섭취량이 적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영양학회에서는 건강 증진과 질환 예방을 목적으로 201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을 제정하였다. 충분한 수분 섭취, 신체 활동을 강조하고 있으며, 식품군별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하여 6가지 식품군을 제시하고 있다. 6가지 식품군이란 곡류, 고기·생선·달걀·콩류,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 유지·당류이다. 건강을 위하여 유지·당류를 제외한 5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권하고 있다.

 채식주의자라고 하여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 채식주의자 역시 건강을 위하여 5가지 식품군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곡류로는 쌀밥보다는 잡곡밥이나 현미밥을 선택하고, 흰 식빵보다는 갈색 식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채소류, 과일류, 우유?유제품류는 선택에 제한없다. 고기·생선·달걀·콩류는 채식주의자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채식주의자는 달걀, 콩, 두부, 치즈, 견과, 밀이나 콩으로 만든 고기대용품을 선택할 수 있다. 도정률이 낮은 곡류에도 단백질이 들어있다.

 채식은 건강식인가? 답은 ‘그렇다’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채식도 선택의 문제이다.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려면 식품 선택이 중요하다.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는 어린이에게 물려줄 소중한 지구를 위해 일생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채식주의자가 된다고 하였다. 건강도 위하고, 지구 환경도 보존할 수 있는 채식주의자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일주일 중 한 끼는 채식을 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늘 점심으로 채식을 선택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박은숙  <원광대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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