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5) ‘애시당초’는 애당초부터 없는 말이다.
[바른 우리말 산책] (5) ‘애시당초’는 애당초부터 없는 말이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10.0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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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김용임이 부른 곡 중에 <애시당초>라는 노래가 있다. “오늘 하루만 내 인생에 없다고 지워 버리자/남자 가슴은 여자 눈물에 모든 게 부서지니까/-중략-/한 자밖에 안 되는 가슴 두 자도 못되는 가슴/애시당초 내가 없었다/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당신을 돌려 줄 거야” 이런 내용이다. 후에 ‘진성’,‘강진’이 리메이크를 했으니 꽤나 알려진 노래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애시 당초 꿈도 꾸지 말아라” 또는 “올라가지 못할 나무는 애시당초부터 포기를 하라”,“나는 너를 애시당초 믿지 못했었지” 등의 예문에서 보듯이 우리 일상에서 자주 나온 말이다. 그런데 이런 ‘애시당초’는 바른말이 아니다. 바른 말이 아닌 것은 아무리 사람들이 널리 썼어도 바른말로 대접받기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애시당초’의 ‘애’는 ‘애벌구이’나 ‘애벌빨래’에 붙는 접두어로 어느 말의 앞에 붙어 그 말의 “맨 처음”을 의미한다. 초저녁의 사투리인 ‘애저녁’에서 보듯이 우리말에서 이런 ‘애’ 뒤에 명사가 붙는다. 예를 들면 ‘애벌’의 ‘벌’ 역시 같은 일을 거듭해서 할 때에 거듭되는 일의 하나하나로 세는 단위를 뜻하는 불완전명사다. 하지만 우리말에 ‘애+시당초’에서처럼 ‘시당초’라는 명사는 없다. 아니 그런 말 자체가 없다. 그래서 ‘애시당초’는 틀린 말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이 쓰는 ‘애시당초’라는 말의 바른말은 무얼까? 그것은 바로 ‘애당초’다. “일이 생기기 시작한 처음”을 뜻하는 ‘당초(當初)’를 더욱 강조한 말이다. 애당초를 줄여서 ‘애초’로도 쓸 수 있다. “일기는 하루를 마무리 하는 애저녁에 쓰는 것이 좋다” 등으로 흔히 쓰는 ‘애저녁’은 사투리로 표준어는 ‘초저녁’이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애저녁’을 ‘문화어’로 인정하고 있다. 애초는 맨 처음을 이르는 말이다. 애당초부터 바른말을 쓰는 습관을 갖자.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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