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식이 상팔자?
무자식이 상팔자?
  • 김천환 전북개발공사 사장
  • 승인 2020.10.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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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자식이 상팔자’란 옛 속담이 있다. 글자 그대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항상 노심초사하시는 부모님의 절대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해 본다.

 결혼 적령기가 되어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 혼인하고 가정을 이루어 자식을 낳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지사로 알고 있는 것이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다.

 하지만 경제·사회적 격변기속에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과 출산을 바라보는 눈이 많이 달라져 있다.

 결혼 자체를 원하지 않는 비혼족은 말 할 것도 없고, 설령 결혼을 한다 해도 선뜻 자식 낳기를 원하지 않는다.

 최근 발표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결혼은 60% 정도의 긍정적으로 생각하지만 결혼 후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비율이 50% 정도이고 남성보다는 여성비율이 2배 가까이 높다. 국민 10명중 3명이 결혼 후 자녀가 필요 없다는 의미다.

 그것도 교육수준이 높고 연령이 낮을수록 심했다. 20-30대 젊은층의 40% 정도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족이다.

 결혼 후 의도적으로 자녀를 낳지 않고 맞벌이 부부로 살아가는 딩크족도 여기에 속한다. 글자 그대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은 양육에 대한 심리ㆍ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자기중심적인 자유로운 삶에 추구가 늘어나면서 자녀를 포기하는 가족형태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비혼과 딩크족의 증가는 개인문제를 넘어 점점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당장 출산율의 저하다. 작년말 우리나라 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치이자 OECD 36개국가 (2017년 기준 평균 1.65명)중 최하위로 1명대이하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단순히 계산하면 국민 둘이 결혼해서 자녀가 0.92명이면 반토막도 안되는 셈(1+1=0.92)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순증가는 8,000명 정도로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인구절벽시대는 이미 시작되었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대책을 실행하고 있지만 추락하는 출산율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젊은층이 공감하는 현실적인 대책과 더 많은 시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한지 모른다.

 전라북도도 인구 180만명 사수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자체별로 축소도시로의 진행이 가속화 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총인구의 감소시대에 지자체별 인구늘리기는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지자체별로 귀농귀촌, 출산보조금 지급과 같은 시급하고 단기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정부차원에서 중장기적이고 좀 더 다양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출산기피 첫 번째 사유인 안정적인 경제문제 해결이다.

 양질의 일자리, 저렴한 신혼집, 무료 교육확대 등 공정하고 편안한 육아환경조성으로 애를 낳으면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두 번째로는 획일화된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올바른 삶이라는 경직된 사회에서 딩크족, 1인가구, 동거 등 젊은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사회적인 공감대도 필요하다.

  최근에 한동안 유행했던 ‘한번뿐인 내 인생을 내 욕구대로 즐기자’는 ‘욜로족’의 반대 개념으로 ‘파이족 (FIRE)’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경제적 자유(Financial Independence)와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앞글자를 딴 합성어이다.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는 20대부터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이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시대 상황에 따라 유행과 사회적 분위기는 달라진다. 초등학교 시절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둘도 많다.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생각난다. 불과 50여년 전이다.

 당장 코앞보다는 국가의 백년을 내다보고 인구정책을 차분히 해 나가기를 바래본다.

 김천환<전북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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