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었네!
남의 일이 아니었네!
  • 박종완 계성 이지움 대표
  • 승인 2020.09.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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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두컴컴한 방안에 우두커니 앉아 창문 밖을 바라보니 창문 넘어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듯하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필자 역시 저 창밖의 세상에서 남에게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야 했던 현실 속에서 스스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결코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지만 현재 상황을 원망하기보단 오히려 감사하며 나만의 공간에서 모처럼의 편안함을 즐기며 책도 읽고 사색에 빠져 관조의 시간을 가져봄이 어떨까 싶다.

 올 초 중국에서 창궐하여 세계대유행으로 확산한 코로나사태 속에서도 모범적인 K방역 덕분에 나하고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 치부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다보니 필자 역시도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대상자가 되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르면 확진감염자와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면 누구든지 보건소에서 감염검사를 받고 의무적으로 14일 동안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고 한다.

 밀접접촉자는 격리된 공간에서 외부로 출입할 수 없으며 아무도 만날 수 없고 혼자서 2주간 생활해야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소에서 2가지 구호물품이 지급되는데 각종 가공식품과 마스크, 특정분류비닐봉투, 온도계 등이 담긴 종이봉투를 지급받는다. 그리고 담당공무원이 지정되고 격리자는 휴대전화에 자가 격리 앱을 설치한 후 격리장소와 신상정보를 입력하면 담당 공무원이 격리자를 상시 관리하게 됨으로써 보이지 않는 울타리가 생기는 셈이다.

 이제부터 독립된 공간에서 스스로와 14일 동안의 고군분투(孤軍奮鬪)를 시작해야 한다.

 격리 첫날 아침에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으면 오후 늦게 검사결과가 나오는데 음성이기를 바래는 9시간의 기다림이 마치 자녀의 수능합격을 간절히 기원하는 어머니의 마음 같았다.

 하루가 지나면 또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여 온전히 홀로서 하루를 버텨내야 하는 2주간의 격리생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혼자 벌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의 입장이라면 더더욱 힘든 일일 것이다.

 나로 말미암아 혹시라도 다른 사람을 감염시켜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도덕정신과 정부의 방역정책에 협조하고 지침을 잘 지켜서 하루빨리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종식시켜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만 모범적인 격리생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격리도 힘든 일이지만 수개월 동안 계속되는 코로나사태 속에서도 감염병 치료와 확산방지를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관계 공무원들의 노고와는 결코 견줄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격리를 거부하고 의료진 등에게 갑 질을 일삼거나 몰래 외출하고 심지어 다중시설을 이용하거나 쇼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니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극히 몰지각한 일부 사람들로 인해 겨우 진정되던 국면이 또다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작금의 상황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며 모두가 합심하여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는 늦둥이 쌍둥이가 걱정되어 주거지가 아닌 별도의 공간에서 14일 동안 혼자서 격리생활을 했는데, 비록 좁고 냉방도 안 되는 공간이었지만 땀 흘리며 운동도 하고 명상과 독서를 통해 마음수양도 하면서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었던 나름 소중한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끼니를 위해 스스로 요리를 하다가 학창시절 자취생 때의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옅은 미소와 함께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가족들에게 아빠 표 맛있는 음식을 해주리라 다짐해 보았다.

 드디어 2주간의 격리기간이 끝나고 최종검사가 있는 날이다. 어둠의 창살을 넘어 사람내음 나는 일상의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마지막 열차를 타기 위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다린 끝에 음성이라는 승차권을 손에 쥔 기쁨과 함께 그동안 필자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주변 분들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다.

 코로나에 이어 장마와 태풍까지 겹쳐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조용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싶다.

 박종완<계성 이지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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