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녕 아빠 등 5권
[신간] 안녕 아빠 등 5권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9.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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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 아빠

 남편을 잃은 아내와 아버지를 잃은 자식들. 같은 자식이라도 맏딸의 입장과 아들의 태도는 또 다를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부재로 세상에 남은 세 사람의 관계는 크게 달라진다. ‘안녕 아빠(학고재·1만5,000원)’는 대중 강연 전문가인 저자 오채원이 살아생전 살갑게 받들지 못한 아버지에게 뒤늦게나마 글로써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쓴 책이다. 누구라도 초보일 수밖에 없는 부모의 장례에서 갑자기 상주가 된 젊은 자식으로서, 모쪼록 다른 이들은 당황스럽거나 멋쩍은 일을 덜 겪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저자는 임종으로 시작해 부고와 상조업체, 조문, 답례를 지나 유품 정리, 나아가 이후의 삶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풀어나간다.

 

 ▲ 생명의 강, 시이노 가와

 ‘생명의 강, 시이노 가와(삶창·1만5,000원)’는 오키나와전쟁 전후의 소스강 주변의 마을을 다루며 오키나와 사람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제1장과 2장에서는 3대가 함께 사는 겐스케 집안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활, 민속, 한센병으로 인한 갈등을 그려낸다. 제3장에서는 오키나와 전쟁에 끌려간 오키나와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앞부분에서 전쟁은 아직 멀리 있는 이야기로 처리되지만 곧 다가올 운명이라는 듯 시즈에의 한센병을 중심에 두고 겐스케 집안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과 슬픔이 배치된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장점은 오키나와 지방의 자연과 민속을 빼어나게 재현해놓은 점이다.
 

 

 ▲퓨즈만이 희망이다

 전 세계를 뒤흔드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그 자체로도 위기지만, 그에 대한 인류의 대처도 또 하나의 위기다. 가장 취약한 곳에 놓은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퓨즈만이 희망이다(한겨레출판·1만6,000원)’는 인류가 맞이한 종말론적 위기의 대안으로 아픔의 연대를 제시하는 책이다. 한 사회의 모순이 응축된 곳에 놓여 있는 취약한 존재들은 역설적으로 그 모순의 해법을 아는 존재이자 희망의 근거라는 것. 인간 본연의 취약성과 유한성은 퇴치해야 할 위험이 아니라 공동체의 근본 토대라는 설명이다. 아픔들이 함께 손을 맞잡을 때만 우리를 얽매고 있는 아픔들을 넘어설 수 있다.

 

 ▲우리 안의 실크로드

 ‘우리 안의 실크로드(창비·3만원)’는 세계적인 실크로드학과 문명교류학의 대가 정수일의 신간이다. 그가 지난 11년간 국내외에서 개최된 실크로드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논문 가운데 22편을 골라 엮은 것. 책의 총론에서는 초원실크로드, 오아시스실크로드, 해상실크로드 등 3대 간선 실크로드를 통해 내려진 한민족의 혈통적, 역사문화적 뿌리와 실크로드 위에서 이어져온 한민족과 세계의 소통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아프리카에서 동진해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질러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 우수아야에까지 이른 고대 인디언들의 이동을 밝히고, 신라와 로마 간에 활발히 이루어진 문화교류도 조명한다.

 

 ▲아가트

 노의사의 삶을 뒤흔드는 중증 우울증 환자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소설로 담겼다. ‘아가트(그러나·1만3,000원)’는 길지 않은 소설이다. 하지만 짧은 분량에 많은 이 많은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며 매일 아침 은 접시를 닦는 것으로 화를 푸는 올리브 부인, 항상 같은 피아노곡을 서툴게 연주하는 이웃 남자, 상담 내내 남편 흉만 보는 알메다 부인, 사랑하는 남편이 암에 걸려 임종을 앞두고 있는 비서 쉬리그 부인까지. 각각의 인물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를 만큼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우리 이웃의, 동료의, 너와 나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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