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우리말 산책] (3) 따라서 죽지 못한 ‘미망인’
[바른 우리말 산책] (3) 따라서 죽지 못한 ‘미망인’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 승인 2020.09.14 16: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대에는 통치자 등 신분이 높은 사람이 죽었을 때 신하들은 뒤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하거나 강제로 죽여 그 시신과 함께 묻는 순장(殉葬) 제도가 있었다. 이러한 풍습은 신분 계층이 강한 사회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주로 시행됐다고 한다. 즉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고 부활을 이루기 위한 종교적 관념의식이었다.

  따라서 남편이 죽으면 아내도 따라 목숨을 끊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우리나라에서도 신라 지증왕 때야 왕명에 의해 순장이 금지됐다는 기록을 보면 그 이전까지는 이러한 제도가 존재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생겨난 말이 ’미망인(未亡人)‘이다. 즉 남편이 죽으면 응당 따라 죽었어야 하나 아직 그러지 못했으니 죄를 지은 사람이란의미다.

  그래서 남편과 사별한 여자가 남들에게 자신을 칭할 때 스스로를 낮추어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미망인이란 고대에서 여성의 곧은 절개와 희생을 강조하던 데서 나온 말인데 세상이 변한 요즘에 들어와 생각해 보면 순장이란 미개하기 짝이 없는 풍습이다. 따라서 미망인이라 부르는 것 역시 사리에 맞지 않는 용어다. 물론 스스로를 겸손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만 제삼자가 미망인이라 한다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도 “미망인 연금 수령”,“미망인 재산 상속”,“지원금 미망인에게까지 확대” 등 정부기관까지 별다른 생각 없이 미망인이란 용어를 남용하고 있다. 그리고 부고에서도 ‘미망인 ○○○’라고 쓴다. 생전에 명성이 있었던 남자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용어처럼 떳떳이 쓴다. 여권이 신장되고 남녀평등이 이루어진 요즘에 와서도 이런 용어가 사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안도 전 전라북도 국어진흥위원회 위원장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