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겸손을 굴종과 혼동하지 마세요
<기자의 시각> 겸손을 굴종과 혼동하지 마세요
  • 우기홍 기자
  • 승인 2020.09.13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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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대 순창군의회 후반기 의장단이 출범한 지 2개월이 넘었다. 후반기 의장은 신용균(순창 다선거구) 의원이 지난 6월 의장단 선거에서 1차에 이어 2차, 결선투표까지 거친 후 당선됐다. 그는 지난 제6대에 등원한 바 있어 현재 재선이다.

 제6대 때는 후반기 부의장도 거쳤다. 신 의장은 공직자 출신이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33년 동안이나 근무했었다. 공직생활 내내 농민들과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 복흥면 주민자치위원장과 추령장승제전위원장도 역임했다.

 고향이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복흥면이나 지역구 주민은 물론 지인들은 그를 가리켜 겸손이 몸에 뱄다고 한다. 목소리도 그다지 크지 않다. 친화력도 누구 못지않다는 평을 받는다.

 이런 성격의 그가 의장직에 오르자 극히 일부에서는 ‘군 집행부에 밀리지 않느냐’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또 이 같은 우려의 배경에는 집행부와의 이런저런 부딪침에 그의 겸손함이 자칫 전투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으로 추측된다.

 여기에 올해 진행된 의장단 선거의 후유증이란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그의 지인 등 주변에서는 기우(杞憂)라고 한다. 즉 앞일에 대해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현직 군의원으로 있다가 제7대 때 등원하지 못한 후 와신상담의 의지로 노력한 결과 또다시 당선됐다는 점을 꼽는다.

 현직 군의원이 다음 선거에 낙선한 후 재차 지방의회에 입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부문을 최우선으로 삼은 것이다. 더욱이 그의 재선 배경에는 평소 겸손하고 사심없는 성격이 큰 몫을 했다는 게 주변의 이구동성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사안마다 우선 목소리만 크게 내지르는 게 대세다. 특히 정치판은 더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을 지켜보는 일부 대중들의 반응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뒷전이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주장만을 믿거나 세상에 퍼트린다.

 그 결과는 참담하다. 사실과 전혀 틀린 목소리가 마치 사실인 양 여론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현상은 민주사회가 멀리해야 할 또 다른 적폐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최고의 상관으로 머리가 좋으면서 조금은 게으른 사람을 꼽는다. 여기에서 게으름이란 겸손함을 의미한다. 또 최악은 머리도 부족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사람이다. 즉 전문성은 물론 판단력까지 부족하면서 고성만 지르며 하위직원 닦달에만 능한 상관이 최악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정치학자 존 킨은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겸손은 얌전하고 순한 성격 혹은 굴종과 절대 혼동해서는 안 된다”라면서 “겸손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덕이며 오만한 자존심의 해독제다”라고 밝혔다. 또 “겸손은 자기 자신과 타인의 한계를 알고 인정하는 능력”이라고도 했다.

 제8대 후반기 순창군의회도 의원 간 사소한 불협화음을 제외하면 순항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14일부터는 제254회 임시회도 시작된다. 모든 의원들이 합심해 지방의회 본연의 기능을 소신껏 발휘해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풀뿌리 의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의정 활동에 겸손은 훗날 후회를 적게 할 수 있다.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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