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에 산다] (12) 聖一精神療養院(성일정신요양원)...朴榮子씨(박영자)
[보람에 산다] (12) 聖一精神療養院(성일정신요양원)...朴榮子씨(박영자)
  • 김재춘 기자
  • 승인 2020.09.11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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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하루같이 정겨운 봉사
정신장애자의 代母
“반대급부 안바라는게 참 사랑”

  南原시내 서북방에 위치한 교룡산, 그곳 산기슭에 남원향교가 있고 그 뒷편으로 돌아가면 ‘聖一精神療養院(성일정신요양원)’이란 간판을 단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에 바로 정신착란병 환자들, 이른바 정신장애자들을 수용, 보호하고 완치시켜 다시 사회에 복귀하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정신요양원이다.

 곁으로만 봐서는 여타 요양원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곳. 그러나 이 요양원이 35년의 忍苦(인고) 속에서 갸날픈 여자의 힘으로 세워진 곳이ㅏ는 사실을 알고나면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다.

 평생을 불우노인들과 정신장애자 보호에 바쳐온 인생의 여주공인공은 바로 朴榮子(박영자)여사.

 “가정에서 버림받고 사회에서 냉대받는 사람들을 누군가가 돌봐줄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왜 이런일으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묻는 기자의 어리석은 질문에 대한 朴여사의 명쾌한 대답이다.

 朴여사의 고향은 충북 영동군 황간이라는 곳. 이곳에서 꿈 많던 어린시절을 보내고 朴여사는 21살때 당시 지리산지구 전투경찰 대원이었던 金昌浩씨(김창호)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그러나 결혼 하자마자 남편이 南原경찰서로 전근되는 바람에 朴여사는 남편으 따라 전혀 생소한 南原땅에 발을 딛게 되었다.

 당시는 戰後의 어려운 사정으로 사회가 극도로 혼란하던 시절 많은 노인들이 의지할 곳 없이 거리를 방황하며 문전걸식을 하고 있었다.

 이들을 보고 朴여사는 무엇인가 돕게 싶었지만 순경 아내의 얄팍한 월급봉투로는 그저 따뜻한 밤 한그릇 대접하고 보낼 수 있는게 전부였다.

 결국 이들 노인들에 대한 측은함을 가눌길 없어 朴여사는 남편과 상의, 양로원을 만들기로 하고 南原향교측에 뜻을 전한 결과 현재의 위치를 쾌척 받을 수 있었다.

 그로부터 朴여사는 남편과 함께 직접 손수레를 끌고 흙벽돌을 찍어내며 집을 짓기 시작, 마침내 6개월후에 어줍잖게나마 방 세칸짜리 토막집을 지을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생긴 집에서 朴씨 내외는 방 한칸은 자신들이 쓰고 나머지 두칸에는 불우노인들을 모시기로 했다.

 이들 부부의 갸륵한 뜻이 전해지자 곧 10여명의 결식노인들이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남편 金순경의 월급으로는 대가족이 살아갈 길이 막연했다.

 이런 인고의 쓰라림 속에서도 가족은 꾸준히 늘어나 40여명에 이르자 박씨부부는 자신들의 힘만으로 도저히 감당키 어려워 할 수 없이 보사부에 사단법인으로 등록을 하고 국가의 지원을 조금씩 받기 시작했다.

 그러던중 1974년도부터는 부양하던 노인들이 타계하고 식구들이 줄어들자 이들 부부는 다시 길거리에 방치돼 고통을 겪는 정신질환자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기로 결심, 1975년에 정신요양원으로 재등록을 마치고 ‘聖一精神療養院(성일정신요양원)’을 개설했다.

 그때부터 다시 이들 부부는 학대받는 정신질환자들을 돌보며 사랑의 손길을 펼쳐가기 시작했다.

 그간 이곳 요양원을 거쳐 건강인으로 사회에 복귀한 사람은 모두 650여명. 현재는 남자 157명과 여자 78명 등 모두 235명의 환자들이 연건평 850평의 현대식 건물속에 수용돼 치유의 날을 기대하며 생활하고 있다.

 지난 1987년 12월 같이 고생하며 이곳을 이끌어 오던 남편 金씨가 작고하자 현재는 부득이 남동생인 朴相玉씨(박상옥·45)에게 총무일을 맡겨 이곳을 운영하고 있고 朴여사 자신은 그동안의 과로가 겹쳐 몸져 누워있다.

 평생을 다바쳐 불우노인들과 정신질환자들을 위해 이해온 朴여사.

 그동안 사회에 등불을 밝히기 위해 바쳐온 혼신의 정열은 이제 보람있는 삶으로 승화돼 朴여사의 숭고한 사랑의 정신은 후세에 길이 전해질 것이다.

 

 김형열 記
 김재춘 옮김
 1989년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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