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홍수피해 계기로 본 댐의 양면성
<특별기고> 홍수피해 계기로 본 댐의 양면성
  • 이정린 전북도 문화건설안전위원장
  • 승인 2020.09.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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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린 도의원
이정린 도의원

 댐은 홍수조절기능과 담수를 통한 안정적인 용수공급 등 다양한 용도와 기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용수공급을 하기 직전 단계에서 수력을 이용한 발전으로 전력생산까지 하니 여러모로 댐의 유용성과 순기능은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도내에서도 섬진강댐과 용담댐 등 다목적 댐 건설을 통해서 깨끗한 생활용수와 안정적인 관개용수 공급이 가능해졌다.

 반면, 댐의 부정적인 역기능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댐의 안정성 훼손으로 인한 대규모 침수피해다. 최근 중국이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댐 싼샤댐이 붕괴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대표적인 예다.

 물론 댐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설계가 반영되어 있고 평소에도 정기적인 안전진단을 하기 때문에 댐이 무너져서 끔찍한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걱정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다.

 하지만 댐의 안정성 훼손 이외에도 인위적인 과실로 인해서 댐이 홍수피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섬진강댐과 용담댐의 경우가 그렇다. 남원과 순창 등 피해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피해가 폭우로 인한 불가항력적인 천재인줄로만 알았다가 차츰 댐관리 부실로 인한 인재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갔다.

 이에 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회에서는 원인규명 조사활동에 돌입했고 약 2주간에 걸친 조사 끝에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를 향한 주민들의 원성이 객관적 근거가 있는 것임을 밝혀냈다.

 댐건설로 인한 기대효과 중 가장 대표적인 홍수조절기능이 댐관리당국의 부실 관리와 무능으로 인해 오히려 홍수를 일으킨 악영향으로 변질돼 버린 셈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온전히 하류지역의 주민들이 감당해야만 했다.

 댐의 역기능은 또 있다. 댐은 하천의 물길을 인위적인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역기능들이 자연스럽게 수반된다. 하천 기능과 생태계 훼손이 그렇다. 물이 풍부하게 흘러야 할 하천에 유량이 감소하게 되면 살던 물고기도 사라지고 하천유역의 식생 자체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하천의 자연정화 기능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 하나는 댐 건설에 따른 하천의 수림화 현상이다. 수림화 현상이란 하천 유량이 감소하면서 퇴적물이 쌓이고 그 자리에 나무나 잡풀이 대규모로 자라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이번 섬진강댐과 용담댐처럼 댐에서 대규모 방류나 월류 등이 발생했을 때 수림화 현상이 물길을 막아서 하천 범람 위험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댐을 당장 없애자고 주장하려는 게 아니다. 이번 댐 하류지역 홍수피해를 계기로 댐의 양면성을 생각해보고 댐의 순기능에만 매몰되는 위험성을 경계하자는 뜻이다.

 오랜 댐건설 역사를 지닌 미국도 1960년대부터 댐해체 건수가 댐건설 건수를 앞지르는 역전현상이 시작됐다. 특히 1980년대에서 최근 2015년 사이에는 댐건설은 최소화하고 집중적으로 해체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미국이 댐해체에 집중하는 이유는 댐 노후화로 인한 안정성 문제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앞서 언급한 댐의 역기능 때문이기도 하다. 물길을 막은 대가가 크다는 것을 사후적으로 깨닫고 하천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댐해체와 관련한 정보를 망라해서 관리하고 일반에게 투명하게 제공하기까지 한다.

 모든 문명의 이기가 그렇듯이 댐이라는 하천시설물도 순기능과 역기능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평소에는 일정한 혜택을 주기도 하지만 그 혜택이란 하천을 옥죄는 대가로 주어지는 반대급부에 불과하며, 여차하면 이기(利器)가 아니라 대규모 재난을 야기하는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린<전라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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