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이 내 돈 내고 음식 만들어 복지사각지대 가정에 전달
중학생들이 내 돈 내고 음식 만들어 복지사각지대 가정에 전달
  • 류영희 도민기자
  • 승인 2020.08.27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손으로 만든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기뻐요.”

 지난 22일 토요일 오후 2시에 군산시 움찬 비영리단체(대표 이재원)는 중학생들과 자원봉사자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각자 자기 돈 만원씩 내고 식재료를 산 다음 파를 썰고 양파를 까고 마늘을 찧고 감자를 다듬고 있었다. 2019년 1월부터 매달 셋째 토요일 오후가 되면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각 경찰서나 기타 불우한 환경에서 발굴한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전해줄 음식을 만들어 왔다.

 백지은과 김도현(동원중 3) 학생은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게 힘은 들지만 누구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는 거라 좋다면서 할 때마다 내는 돈이 아깝지 않다고 답했다. 문서영(중앙중 3) 학생은 요리를 별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렵고 서툴기는 한데 그래도 열심히 해서 함께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말을 했다. 노경민(영광중 3)은 단순하게 생각했다가 음식 배달을 가서 이렇게 힘든 사람도 있구나, 이렇게 어렵게 사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면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동원중, 산북중, 영광중, 중앙중 학생 12명과 자원봉사자 4명이 부지런히 만든 음식들은 여섯 가정에 전달되었다. 초창기에는 지원 가정이 세 가정 정도여서 할 만 했는데 여섯 가정으로 늘어나니 일도 배로 늘어났지만 다들 본인들이 뭔가를 하면 누군가는 행복해한다는 걸 알기 때문에 힘들다는 걸 느끼지 못한다는 말들을 했다.

 손예담(산북중 3) 학생은 “친구들이 자원봉사 하는데 뭔 돈까지 내고 하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음식 재료비도 우리가 부담하고 직접 만들어 전달하면서 그들이 힘을 얻고 희망을 얻는다면 좋은 거죠”라면서 얼굴의 땀을 닦았다. 이들은 이날 닭볶음탕, 미역오이냉국, 고구마순 김치, 카레를 만들었다. 여섯 가정 중 음식을 받은 김모씨는 덕분에 더운 여름에 쓰러지지 않고 잘 견딜 수 있을 거라며 행복해했다.

 움찬 이재원 대표는 “메뉴는 엄마들을 통해 단톡방에서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봉사시간으로 인정되는데 사회복지라는 게 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지요. 최근에 음식을 받던 분 중에서 한분은 음식을 할 줄 몰라서 힘들어 했다가 음식 만들 때 찾아오셔서 간단한 것들을 배우고 가셨어요.”라면서 그런 것들이 소소하지만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류영희 도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