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 대하여
박원순에 대하여
  •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 승인 2020.07.28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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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씨가 자살했다. 그의 인생의 정점에서 자살의 이유도 밝히지 않고… 성추행 피해호소인이 사망 전날 경찰청에 고소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사망 후 계속 그에 대한 성추행혐의와 피소사실 누설, 성추행 방조죄 고발 등등 피해자 대변인들이 성추행 관련 고소 고발을 하고 있다. 망자의 혐의는 반론권의 행사 없이 사회적 확정 판결을 받은 듯하다. 그의 유죄가 확정되었다면 조사나 수사는 필요 없을 것이고, 아직 유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면 피소인의 법적이익을 대변하는 변호사는 없어 보인다. 원순씨의 죽음은 <정의의 집행>이라는 장신구로 치장한 피해자의 변호인과 일부 여성단체들에게는 잔인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듯하다. 성범죄 혐의자는 그 혐의를 인정한 뚜렷한 자술서를 남기지 않았지만 마치 최종심의 판결을 받은 것처럼 취급당하는 기이한 현상이다. 피고발인에 대한 자비와 용서는 그의 죽음으로도 고려되지 않는 분노의 시간이다.

 박원순씨는 서울시장으로 있으면서 오랜 기간 정직하고, 헌신적이며, 정의롭게 서울시정을 이끌었다. 그는 서울시를 비로소 서울 시민에게 돌려준 시장이다. 여성인권을 신장시켰고, 참여연대를 만들어 시민참여 운동을 시작했으며, 아름다운 재단은 사회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는 헌신적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시민사회운동에 바쳤다. 박원순은 대한민국에 단 한 명밖에 없는 빛나는 소금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이제 그와 같은 사람을 만나려면 몇백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가 시작하면 대한민국에 새로운 길이 열렸다. 그는 선행과 시민운동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전형적인 사례이다. 자신의 거의 모든 재산을 <역사문제 연구소> 설립을 위해 투척한 그의 행동은 인간의 본성을 역행한다.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기초 재산을 <신념>을 위해 투척한 그의 행위는 명예를 향한 과잉기부로 의심을 받을 만했다. 그의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애써 기억하지 않는 현실은 그와 비슷한 권력을 가진 자 중에 그처럼 빛만 남긴 자가 누구인가 따져보면 이해할 수 있다.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빈털터리가 되기를 자청한 권력자가 그 누구인가?

 사망한 그에 대해 공소권이 없는 경찰은 그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다. 죽은 자에게 무엇을 조사하고 어떻게 징죄를 한단 말인가? 피소사실 누설죄와 성추행 방조죄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고 범죄의 징죄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소인은 사망했고 고소인도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혐의의 유무죄 판단이 어려워 보인다. 사실 일상생활의 대화는 정보교환이고, 행동의 동기는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이라 누설과 방조의 위법성을 밝히고 특정하기는 쉽지 않다.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성폭력은 비난을 받고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성추행과 성 구애 사이에 넓은 불연속선이 존재하지 않기에 피해자도 가해자도 범죄의 인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모호함 때문에 더 비신사적 범죄이다. 나는 박원순의 혐의를 부정하거나 비호하고 싶지 않다. 그 혐의를 제외한 그의 명예와 업적을 기리고 싶은 것이고, 만약 그의 혐의가 사실로 밝힌다면 그는 자기의 훌륭함에도 비난을 받아야 마땅하다. 거의 모든 인간은 돈과 권력을 성취하기 위한 치열한 삶을 산다. 또한 남녀는 마치 잃어버린 반쪽처럼 서로가 서로를 간절히 원한다. 생명체가 번식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생물학의 공리이지만 문명은 원시적 본능의 폭력적 발현을 범죄로 금지한다. 권력을 등에 업고 강요하는 구애는 이제 강간 수준의 비난을 받는다. 남자의 구애 행위의 한계는 여성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될 수 있다. 애매한 정상과 범죄의 경계에서 남성의 구애 전략은 본성을 따르기보다는 인공지능의 충고를 따라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이 사건에서는 사인이 확실하지 않고, 또 그의 마음도 확인할 길이 없는 난해함이 존재한다. 어쩌면 자살은 그의 혐의를 어둠 속에 파묻고자 한 그의 마지막 명예욕일지도 모르겠다.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일생을 헌신했던 그에게 공동체는 어떻게 응답하고 있는가?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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