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의 길
  • 김창환 전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20.06.24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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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한국교육은 6.25 전쟁이후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로 초중고는 3월 개학을 연기했고, 4월에 개학한 후에도 감염 확산의 우려로 ‘온라인 수업’을 이어갔다. 6월 1일 중1, 초5∼6학년이 등교하면서 모든 학교급과 학년이 오프라인 등교를 했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던 “학교수업은 오프라인 수업이다”라는 통념은 현실적 도전에 직면했다. 그렇다고 온라인 수업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여전히 높지 않다. 학부모는 오프라인 수업에 익숙한 까닭인데 지난 3, 4월 내내 학교가 온라인 수업만을 지속하자, 정서적인 거부감이나 학습효과를 의심하여 오프라인으로 개학학기를 원했으며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으로 남았다.

  교사들에게도 온라인 수업은 마뜩찮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철 지난 권위주의적 스승관을 꼭 거론하지 않더라도 교사에 대한 자존감이나 사회적 위상은 더욱 추락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면서 마치 콜센터 직원이 되었다고 자조적으로 푸념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드물지 않다. 더구나 SNS를 검색하면 어떤 학부모들은 디지털 에듀테크에 최적화된 ‘강의의 달인’ 이라 불리는 교사 한두 명만 학교에 있으면 학교의 교사는 충분하여 대부분 교사는 필요 없다는 교사 무용론을 말하는 댓글도 어렵지 않다. 그들에게 학교는 자녀가 상위권 대학이나 자사고, 국제고 등을 진학하는 도구와 통로이고, 교사는 그 욕망을 기계적으로 채워주는 봉급쟁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선에는 학교는 공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의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며, 교사가 삶의 동반자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말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니 면대면 교육이 이루어지는 오프라인 학교나 뛰어노는 학생들의 어울림과 활동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는 무관한 사건이다.

 코로나19로 이처럼 학교에 스며든 낯선 풍경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학교교육에 대한 희망보다는 걱정과 절망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다시 확산하여 온라인이나 블렌디드 러닝의 형태를 띤 수업이 학교에 전면적으로 들어와 정착한다고 해도 기억할 것이 있다. 교사는 그 어떤 방식의 수업과 평가를 해도 지켜야 교육철학이 있다. 첫째, 학교는 ‘공공성’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는 공공적인 사명과 그 책임에 의해 조직된 장소이며 교사는 그 공공적인 사명과 책임을 맡고 있는 전문가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학교가 공적 공간으로 열려있어 다양한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이 합리적인 소통에 의해 교류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 한 명 한 명의 배움의 권리를 실현하고, 배움의 질을 최대한 높이며 민주주의 사회를 실현하려고 할 것이다. 둘째, ‘민주주의 철학’이 숨 쉬는 곳이어야 한다. 학교교육의 목적은 민주주의 사회의 건설에 있으며 학교는 그 자체가 민주적인 사회조직이어야 한다. 민주적인 사회조직은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방법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원리로 조직된 학교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은 각각 고유한 역할과 책임을 지고 학교운영에 참가하는 주인공이다. 그러기에 학교에서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 교사와 교사 간에는 서로 도와야 하며 공감하여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탁월성’을 갖춰야 한다, 수업과 배움은 모두 탁월성을 추구하지 않고는 빛나는 성과를 낼 수 없다. 탁월성은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조건에서도 자기의 최선을 다해 최고를 추구하는 의지이다. 학생의 능력이 낮다고 또는 가정환경이 어렵다고 해서 배움의 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교사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몸이 안 좋아서 혹은 바쁘다고 해서 수업의 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학생에게도 같은 것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어떤 조건에서도 진지함과 섬세함으로 소중히 하여 최고의 배움을 추구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게 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4차 산업 혁명의 주도하는 새로운 뉴 노멀의 시대에 우리 학생들이 삶에 필요한 여러 역량을 갖출 수 있다. 또한 성숙한 시민으로 타자를 포용하여 격차를 줄이며 공생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로 성장시킬 수 있다. 앞으로 교육과 학교를 둘러싼 여러 변화가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교는 한 명도 빠짐없이 모든 학생들의 배울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또한 교사는 모든 아이들의 배울 권리와 질 높은 배움을 보장하는 수업을 할 책임이 있다.”는 말은 변함없는 진리로 학교에 남아야 한다.

 김창환<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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