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 정동원과 김호중, 조부모님의 사랑
미스터트롯 정동원과 김호중, 조부모님의 사랑
  • 정영신
  • 승인 2020.02.23 11:22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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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할머니는 이불 속에서/어린 나를 품어 안고/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뒷산에 노루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네//찬바람아 잠들어라/해야 해야 어서 떠라//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이다. 할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회상 시이다. 우리 할머니들의 손자 사랑은 꼭 그랬다. 이렇게 흰 눈이 펑펑 쏟아지고 후두두두…… 사나운 북풍이 문풍지를 울리는 그 겨울밤이 오면, 할머니들은 손자나 손녀를 가슴에 품고 귀에 익은 ‘자장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우리 아가……’ 자장가를 하늘나라 선녀의 음성으로 손자와 손녀가 잠이 들 때까지 오래도록 불러 주셨다. 찌그러진 양푼에 담긴 보리밥 숭늉이 북풍한설 시린 기운에 꽁꽁 얼고, 장작불 열기로 꺼멓게 얼룩이 진 뜨뜻한 아랫목에 풀 먹인 허연 옥양목 목화솜이불을 펼치고 누워, 할머니 팔을 베고 잠이 들면, 밤 내 행복한 꿈을 꾸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그저 금지옥엽 애틋한 사랑, 무조건이어서 편하고 아늑한 무한한 사랑이다. 우리의 할머니들은 이승에서 손자와 손녀들과 함께할 세월이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그 겨울의 시> 시에서처럼 세상만물에 대한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손자와 손녀의 영혼에 맑게 심어 주었다. 오늘 밤눈이 쌓여 추운데 집이 없는 떠돌이 장터의 거지들이 어느 집 굴뚝 옆에서라도 잘 자는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소금창고에서 숨어 지내는 문둥이는 폭설 쏟아진 영하의 한기에 얼어 죽지는 않았는지, 뒷산의 노루새끼들은 온 천지가 눈에 덮여 배추뿌리조차 보이지 않는데 산노루와 토끼들은 굶어 죽지는 않았는지,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며 세상 걱정까지 하시는 그 심성 고우신 할머니의 혼잣말은 그대로 한 편의 시이며 노래이다. 그래서 손자는 춥고 배고픈 만물을 향한 할머니의 착한 노래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자신이 눈산의 새끼노루가 되어 위로를 받은 양 몰래 눈물을 훔치다가 잠이 든다.

 우리의 할아버지들도 시린 겨울 따뜻한 사랑방 아랫목에서 손자를 무릎에 앉히고 ‘하늘 천, 따지……’를 암송 시키거나, 세상 예절과 법도를 가르치시며 또 다른 손자 사랑을 베푸셨다.

 요즘 종편 방송사가 진행하고 있는 미스터트롯의 시청률이 28%를 넘고 있다. 미스트롯 송가인의 출현과 성공담이 화제가 되면서 제2의 남성 송가인을 찾는 미스터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30%의 시청률을 목전에 놓고 출연자들의 미담이나 화려한 경력 등이 특급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13살 정동원 할아버지의 손자사랑과 문제 청소년에서 성악가로 대변신을 한 김호중의 할머니 사랑이 시청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들이 결승에 진출하고 미스터트롯 진이 될 것인지의 결과는 중요하지가 않다. 1만 5,000명이 지원하여 사상 초유의 방송 제작 중단 상황까지 이르렀던 과정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결과로도 충분히 그 실력을 입증할 수가 있다. 이 두 사람은 유튜브에서도 이미 우승 가능한 인물로 예선전에서부터 관심을 받고 있었다.

정동원과 김호중이 부모의 가정사로 인한 불후한 상황에서 만일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을 해 주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의 트로트와 섹소폰 천재 정동원이나 천상의 트바로티로 불리며 그 성량을 인정 받는 괴물성대 김호중은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동원의 할아버지는 폐암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도 직접 손자 정동원의 전용 음악실을 만들어 주고, 선곡을 도와주고, 정동원의 공연무대를 동영상으로 촬영해 주거나 색소폰의 대가를 찾아 교습받게 해 주었다.

김호중의 할머니 역시 부모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애로운 사랑으로 정신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도움을 주셨으며, 임종 전에도 혼자 남을 손자에게 싸우지 말고 남들에게 박수받는 사람이 되라고 유언을 하셨다. 김호중은 할머니의 유언을 가슴에 새기고 그 이후 예고에서 훌륭한 스승의 도움을 받아 스타킹 등의 방송출연 및 유학, 국내 유명 음대 진학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성악가로 활동하던 중 노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기 위해 대중가요인 미스터트롯 오디션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동원과 김호중 두 사람 모두 최근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스터트롯 경연 과정에서도 감성과 천상의 고음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은 애석하게도 고인이 되셨지만, 정성껏 헌신적으로 손자를 돌봐주신 정동원 할아버지와 김호중 할머니께 경의를 표한다. 또한 이 순간에도 손자와 손녀를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이 땅의 모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정영신<전북소설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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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바라기 2020-02-27 08:43:10
천상의 목소리 김호중님을 응원합니다!!!
영원히 함께 할레요~~~
정제승 2020-02-25 14:06:01
팬카페에 어느 회원분이 호중님 결승전에 다른 가수들처럼 부모님이 응원하러 못가는데 기죽을까봐 우리 팬들이 가족이 되어 함께 응원하자고 하더군요. 호중님 뒤에는 당신을 응원하는 수많은 가족이 있습니다. 자신감있게 즐겁게 무대에서 모든걸 보여주세요. 동원군도 함께 응원할께요~~
방정혜 2020-02-25 14:04:30
그 어려운 시간들을 모두 이겨내고
이렇게 멋지게 성장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시는 김호중님은 정말이지 ..감동이십니다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입니다
김소영 2020-02-25 13:50:03
김호중 최고!!
목소리가 감동 그자체♡
인히즈핸드 2020-02-25 13:49:38
좋은 글로 뭉클한 감동전하신 기자님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