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마니 생활 20년, 황동권씨의 삶
심마니 생활 20년, 황동권씨의 삶
  • 신영규
  • 승인 2019.11.14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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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인간의 선물, 약초주 8천개 보유 전국 최대
심마니 황동권 씨가 자신이 보관중인 약초주 진열대 앞에 서서 각종 약초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완주군 구이면 원평촌에 사는 일명 심마니 황동권(56)씨. 올해로 산삼과 20년을 함께해 온 산(山)사나이. 그가 심마니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은 한때 술을 마시고 방황하며 잠깐 도박에 손을 댔는데, 그걸 끊기 위함이었다. 그는 단순 돈을 벌기 위한 심마니가 아니라 산이 좋아 심마니가 됐고, 심마니가 좋아 산을 타게 됐다.

 “말이 심마니지 산에 가면 산삼이 그리 쉽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닙니다. 산삼을 발견 못하고 헛걸음 하면 다음에 가면 되고요, 그래도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면 빈손은 없죠. 하다못해 하찮은 약초 한 뿌리라도 캐서 내려오고, 그것도 없으면 몇 시간동안 운동을 하는 것이기에 허탕친다고 생각은 안 해요.”

 황 씨는 산삼은 반(半)음지식물이기 때문에 아침 햇살이 잘 들고 오후에는 빛이 차단되는 북쪽으로 치우친 토양이 너무 습하지도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배수가 잘 되는 경사진 곳에서 잘 자란다며, 우리나라에서 산삼이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강원도이며, 도내에서는 무주, 진안, 장수 쪽이 다른 지역보다 많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서 진짜 야생 산삼은 없다고 말한다.

 “사람이 재배하는 인삼밭에서 인삼씨를 새들이 먹고 산에다 배설해서 나면 그걸 산삼이라고 하는데 그건 인삼에 가까운 야생삼이죠. 야생삼이씨가 떨어져 자라면 그게 장뇌삼이고, 그 장뇌삼 씨가 떨어져서 다시 자라야 지종산삼이 되는 겁니다. 다만 지종산삼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고 없죠. 특히 일부 심마니들이 천종삼을 캤다고 우기는데, 천종삼은 처음부터 산삼에서 산삼으로 몇 백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건데 우리나라에는 멸종됐다고 보면 돼요. 그리고 100년 된 천종삼을 캤다고 하는 건 다 팔아먹기 위한 꼼수입니다.”

 황씨가 지금까지 심마니로 살아오면서 캔 산삼은 100뿌리 이상이지만, 실제 산삼다운 산삼을 캔 것은 최소 30년 된 2~3뿌리 정도. 이중 가장 비싸게 받고 판 산삼 값은 700만 원. 그는 감정가 운운하는데, 산삼 감정은 누구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주는 게 값이고,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하던 중, 황 씨에게서 다소 의외의 말을 들었다. 산삼이란 아무 산에 있는 것도 아니기에 심마니들이 산에 갈 때는 인삼 씨를 가지고 가서 산에 뿌리면서 산을 탄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심마니들은 산에 갈 때 인삼 씨나 도라지 씨를 가지고 가서 산에 뿌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뿌린 인삼 씨앗이 나고 자라서 남들이 캤다면 그 사람들은 산삼이라고 하겠죠. 왜냐면 산에서 캤으니 당연 산삼이라고 할 수밖에 없잖아요.”

 산삼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실제 산삼을 먹고 불치나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느냐고 황 씨에게 물었다. 그는 “인삼 백 뿌리 먹느니 장뇌삼 한 뿌리 먹고, 장뇌삼 백 뿌리 먹느니 산삼 한 뿌리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산삼의 효능은 탁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의 심마니들은 얼마나 될까. 황씨는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심마니는 대략 10만 명쯤 된다고 한다. 약초카페 회원수가 전국 13만 명임을 감안하면 약초업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약초꾼들이 각 시도에 100명 이상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국의 심마니를 비롯해서 약초꾼들이 보유하고 있는 산삼주를 비롯해서 하수오, 잔대, 산더덕, 산도라지 등 각종 약초술은 황동권 씨가 전국 최대 규모다.

 “제가 가지고 있는 수백 종의 약초 술이 무려 8천개가 넘습니다. 아마 전국에서 최고로 많을 겁니다. 적은 병까지 합치면 1만 개는 될 겁니다. 컨테이너 창고 세 개에 가득 차 있지요.”

 그가 약초술을 보관하고 있다는 창고 세 군데를 들여다봤다. 창고 문을 여는 순간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수천 개의 약초술병들이 가득했다.

 그의 취미는 약초 수집가다. 그는 산삼을 캐고 안 캐고를 떠나서 산에 가면 잡념이 없으니까 산에 간다고 한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산 사나이. 산은 인간에게 선물을 주었고, 그 선물은 어려운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 황동권씨. 그의 고행 길은 언제나 끝이 날지. 그는 틈만 나면 산에 오르는 약초 채취꾼 심마니다.

 신영규 도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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