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결정과 판결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법원의 결정과 판결은 보편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 이성순
  • 승인 2019.04.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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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 환경부장관의 구속영장 청구 기각과 관련하여 이중잣대라느니, 수사의 수단에 불과한 구속영장 청구에 사실상 판결에 버금가는 결정을 하였다느니 말들이 많다. 나 역시 기각이 문제가 아니라 기각의 사유에 관하여는 평소 법원의 결정과 크게 다른 이른바 튀는 결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다.

 과거 필자가 공직에 있을 때 겪은 일이다. 2002년 월드컵 경기가 한참 열릴때이다. 당시 어떠한 사건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는데 그 기각사유가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을 응원할것이 예상되므로’ 이에 담당 검사는 ‘교도소에서도 응원은 가능함’이라고 반박하며 재 청구한적이 있었다. 2명을 강도살해한 범인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당시 어느 판사는 ‘구속전 신문을 표기하는 난에 피의자의 서명날인이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였다. 피의자 신문조서 상에 부동의 문자로 ‘구속전 신문 표기’란에는 피의자의 의사표시가 되어있음에도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당시 검사가 ‘이 사람들 신분상 자살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정말 석방할까요“라고 되묻자 ‘보완하라는 취지’라고 말하여 피의자의 서명날인을 받아 결국 구속영장은 발부가 되었다.

 어느 시골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농번기에 막걸리를 마시고 오토바이를 운전하던 농부가 음주단속에 적발이 되었다. 불구속 기소되어 법정에 출석하였는데 그 태도가 불순했는지 아니면 갑자기 판사가 음주운전을 천인공노할 범죄로 의식하였는지 당일 법정구속을 했다. 당시 그 농부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인부를 구해놓은 상태여서 구속은 상상도 못한 채 법정에 출석하였을 것이다.

 압수수색영장이나 금융계좌 추적 영장의 경우 증거재판주의의 실현을 위하여서는 절대적인 자료 확보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이를 기각하는 사례가 최근 빈발하고 있다. 수사단계에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영장 기각은 자연스레 낭패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그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것이다. 증거재판주의를 표명하면서도 증거수집단계에 불과한 압수수색영장, 금융계좌 추적 영장을 소소한 이유만으로 기각한다면 이는 형법의 존재 가치를 폄훼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큰 인권과 사생활 보호측면이라면 당연히 법원의 제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들어 과거에 비하여 법정구속이 잦아지고 있다. 구속이야 당연히 법관의 권한이어서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는 아니나, 통상적으로 수사기관에서 구속에 상당한 필요성이 있을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있고, 법원에서의 영장 기각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거의 영장을 청구하고 있지 않고 있다. 법원에서도 대부분 불구속 재판,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을 선고하고 있지는 않으나 문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정구속이 잦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예견하는 사안의 판단에 있어 법정구속이 잦아지는 문제점은 법적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법원의 법정구속에 많은 사람들이 매우 당황해 한다는 점이다. 어떤면에서 보면 튀는 결정과 판결에 관하여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때로는 신선하게 비쳐질 수도 있으며, 언론의 가십으로는 그만일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판사들이 여론의 관심을 받고 이를 즐기고 싶어서라고는 믿고 십지는 않다. 형법은 상식을 가진 대다수 사회 구성원들이 상식을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사회적 제제임을 감안할 때 법원의 결정과 판결은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지킴에 있어 정상적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보편 타당하다고 믿는 사실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부 법관의 튀는 결정과 판결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나만일까?

 

  (유)멀티필름 호남총판 대표이사 이성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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