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지봉 임산본 명인 영결식 거행
고(故) 지봉 임산본 명인 영결식 거행
  • 김영호 기자
  • 승인 2018.11.12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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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지봉 임산본 명인(전북무형문화재 제14-1호 정가 보유자)의 장례식이 전북도립국악원에서 국악장으로 엄수됐다.   신상기 기자
12일 지봉 임산본 명인(전북무형문화재 제14-1호 정가 보유자)의 장례식이 전북도립국악원에서 국악장으로 엄수됐다. 신상기 기자

 “지봉 임산본 명인님은 진정 전북이 낳은 국내 시조계의 선구자이자, 최고의 명창이셨습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하늘에서 편안하게 쉬십시오.”

 지난 9일 밤 타계한 지봉 임산본 명인(전북무형문화재 제14-1호 정가 보유자)의 영결식이 국악장으로 엄수됐다.

 전북국악협회 장례위원회(위원장 김학곤)는 12일 오전 전북도립국악원에서 고(故) 지봉 임산본 명인 국악장 영결식을 거행했다.

 이날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기 위해 권병로 사단법인 정가보존회 회장(국립 군산대학교 명예교수), 김택수 전북도민일보 회장,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 김학곤 전북국악협회 회장, 송재영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 이병천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 이선수 전북무형문화재 제8호 가곡 보유자, 김연·모보경 명창 등을 비롯한 유족 및 문화예술인, 지역 인사 등의 조문객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함께 약력 소개, 조사 낭독, 고인의 생전 육성을 담은 시조창, 추모 공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국내 시조창의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던 고(故) 임산본 명인은 정가 중에서도 시조 가곡은 물론 12가사를 완창한 명창으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인이 뽑아내는 시조창은 경건함과 깊은 맛이 어우러져 천상의 소리로 승화, 100년 만에 한 명 나오기 어려운 명창이란 문화예술계의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사단법인 정가보존회 회장인 권병로 국립 군산대학교 명예교수는 약력 보고에서 “임산본 선생님은 어릴 때부터 조부를 따라 서당에서 한학을 수학하며 처음 시조를 접하고 시조창 활성화와 후학 양성에 매진하셨다”며 “지봉 임산본 대상 전국 정가경창대회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으로 격상시키고 명실공히 공정하면서도 권위 있는 대회로 그 위상을 높이셨다”고 말했다.

 선기현 전북예총 회장은 조사에서 “지봉 임산본 명인이 뽑아내는 시조창은 경건한 멋과 깊은 맛이 어우러져 마치 천상의 소리와 같았다”며“그런데 이제는 그토록 아름답고 비장한 천상의 소리를 들을 수 없어 빈 자리를 어떻게 메워야 할지 두렵기조차 하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서 선 회장은 “전통음악을 사랑하는 것이 고향을 사랑하는 길이라는 생전의 말씀을 잊지 않고 살아가도록 하겠다”며, “우리는 선생님의 귀한 뜻을 받들어 지금 이 순간부터 굳건하게 일어서려 한다”고 덧붙였다.

 고인의 약력 보고와 함께 조사 낭독이 진행되자 지난 세월 고인과의 추억을 떠올린 조문객들은 하나 같이 눈시울을 붉히며 침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특히, 고인의 육성을 담은 우조지름시조 ‘석인이승’이 장내에 울려 퍼지자 조문객들과 제자들은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영결식에서는 또한 고인과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김미숙 전북도립국악원 무용 교수의 ‘살풀이춤’과 , 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박병원 보유자 외 5명)도 행해졌다.

 임환 사단법인 정가보존회 부이사장(전북도민일보 사장)은 유족을 대표해 “시조 밖에 모르고 사셨던 아버지의 발걸음이 영결식으로 가벼우실 것 같다”며, “어려운 시간을 내주신 내외빈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후 정혜숙 사단법인 정가보존회 사범은 “스승님은 제자가 소리를 못 받아도 혼내는 법 없이, 스무 번이고 다시 반복해서 들려주셨던 분이다”면서 “못난 제자에게도 ‘시조는 놀아도 머리 속에서 크고, 잘 때도 머리 속에서 큰다. 자고 나면 잘 할 것이다’고 격려해주셨던 그 음성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진도씻김굿보존회 정회완 씨는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김월하 선생님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임산본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니 남자로서 이 분이 최고의 명창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성음이 좋고 반듯하며 초성과 상하청이 모두 좋았을 뿐 아니라, 너무 맑은 소리만 나도 미끄러울텐데 수리성까지 완벽한 득음의 경지에 오른 목소리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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