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과불식(碩果不食)
석과불식(碩果不食)
  • 김동근
  • 승인 2018.01.0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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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무술년의 무(戊)자는 10천간 중 5번째에 해당하며 5방색 중 황색을 의미한다. 술(戌)자는 12지지 중 11번째로 개를 의미한다. 그래서 무술년은 60년만에 돌아온 황금 개띠해라고 이야기한다. 개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과 함께 해온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역술인들은 개띠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대인관계가 원만해 CEO의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평가하고 있다. 개띠해 인사들의 큰 활약을 기대해 본다.

 우리나라는 새해가 되거나 결혼(結婚)이나 수연(壽宴), 사람이 승진하여 인사차 찾아오면 다반사(茶飯事)로 덕담을 건넨다. 덕담을 건넨다면 상대방이 듣고 마음에 새길 덕담이나 1년 내내 힘이 솟아나고 기분이 좋아지면서 행복해지는 그런 덕담을 주고받았으면 한다.

 실제로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새해인사로 개인의 건강, 행복, 행운, 평안, 부자 등을 기원하는 내용으로 덕담을 주고받는다. 어떤 이는 국가의 안녕과 태평성대를, 다른 어떤 이는 경제가 잘 돌아가서 기업이 잘 되기를, 또 다른 어떤 이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일들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덕담으로 건네기도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서 새해 소망으로 한반도 평화와 국민안전을 꼽았다. 그러면서 올해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격차 해소에 주력해 양극화 해소의 큰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밝힌 소망처럼 작년에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전쟁위기가 고조되었었고, 화재 또는 선박사고 등과 같은 사회불감증으로 인한 재난이 끊임없이 일어났었다. 청장년층 실업문제와 사회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청장년층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예년에 비해 공무원 수를 대폭 증원하는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부문이 솔선수범하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 중 현실가능성이 큰 방안은 소득이 많은 상위 계층을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낮은 하위 계층을 끌어올리는 방안이다.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가장 좋은 제도이다. 이를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였다. 작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6천470원이었는데, 올 1월 1일부터는 시간당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16.4%가 올랐다. 최저 임금이 오름으로 인하여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상당히 늘어 영세기업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게 됨으로써 고용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최저임금을 사회적 규범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계는 최저임금을 주면서 어떻게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게 된다. 최저임금이라고 하면 보통 얼마를 줘야 한다는 걸로 이해하지만, 그보다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어떻게 그 얼마를 줄 수 있도록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정부와 대기업, 사회 각 부문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지내셨던 신영복 교수는 주역(周易)의 효사(爻辭)에 나오는 석과불식(碩果不食)을 자주 언급했다. 석과불식의 의미는 가지 끝에 남아 있는 최후의 ‘씨과실(碩果)’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석과불식의 뜻으로는 이것 말고도 다른 뜻이 몇 가지 더 있다. 산풍고 괘의 경우 부패를 척결하고 전화위복시킨다는 뜻이 있다. 또 산지박 상효 석과불식도 마찬가지로 산지박이 몰락 위험에 처해도 마지막 남은 소중한 씨앗을 잘 보존할 것이며, 과거를 혁신하고 바로잡음으로써 다음 세상을 건설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 외에도 우리 조상들은 동물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서 표현하기도 하였다. 감을 딸 때 추운 겨울날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새들을 위해 몇 개의 감을 남겨놓았던 것이다. 씨과실에는 정의, 희망, 배려가 숨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석과불식의 의미를 실천할 때 우리 사회가 가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석과불식은 정의, 희망, 배려 등을 의미하는 씨과실을 먹지 않고 땅에 심는 것이다. 땅에 심어 새싹으로 키워내고 다시 나무로, 숲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선조들의 오래된 지혜이고 의지이다. 석과불식은 우리 세대가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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