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2018-09-09     안호영

 ‘21세기 자본’으로 유명한 파리경제대 토마 피케티 교수는 ‘세계불평등보고서2018’에서 소득분배 체계의 문제점과 세계 전반에 걸쳐 심화한 불평등 사회를 고발하고 있다. 불평등 사회의 ‘문제는 분배’라고 주장하면서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글로벌 차원의 조세정책 전환과 더불어 교육, 일자리 정책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지금 세계 각지는 불평등, 불공정, 갑을문화 등과 전쟁 중이다.

 지난해 한국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달자는 260만 명으로 추산된다. OECD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저임금 비율이 높다. 소득분배와 양극화 문제, 취약 계층 근로자 등을 봤을 때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소득증대로 인한 구매력 강화를 통해 소비와 내수를 진작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것을 성장과 재투자, 그리고 고용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이다.

 물론 소득주도성장이 최저임금으로 협소하게 해석돼서는 안 된다. 600만 자영업자 가운데도 최저임금보다 낮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영업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기에 임금주도성장이 아니라 내수를 확대해 자영업자의 소득도 함께 올릴 수 있도록 소득주도성장을 경제정책으로 정한 것이다. 성장의 목적은 많은 사람이 성장의 혜택을 공유하고 함께 잘 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높이고 사회안전망을 갖추는 것은 이를 위한 선제적 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보수야당과 언론은 일자리 증가 둔화가 최저임금 탓이라고 단정하고 저임금 노동자와 중소상공인 사이의 갈등으로 몰아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으니 그 영향이라고 의심할 수 있지만, 실증적 증거는 없다. 인구증가율 둔화, 경기침체, 조선업과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같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거기에 최저임금을 비롯한 경제정책도 상관이 있을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5일 내놓은 ‘자영업자가구와 근로자가구간 소득차이 및 빈곤위험 분석’에 따르면 20년 전인 외환위기 때부터 자영업이 부진을 겪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최근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보다는 명예퇴직자들이 대거 진입장벽이 낮은 도소매업이나 음식점 등에 뛰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또 15~29세의 취업자가 5만명 가량 줄어든 것을 두고 최저임금에서 원인을 찾는 언론도 있지만, 이것은 이 연령대가 14만 명 감소한 이유가 더욱 크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분석이다. 자영업자의 감소도 최저임금 때문이라고 하는데 정작 통계청이 배포한 올해 2분기 가계소득동향 보도참고자료에서도 천제 가구 중 자영업자가구(2인 이상 가구 대상) 비중이 지난해보다 0.4%p 올랐다. 종업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7만 명 늘어나고 종업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10만 명 이상 줄었다. 건설업의 부진으로 중장비 기사 등이 일감을 찾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일부 연령층과 일부 업종의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현실화되는 조짐이 있고 사업자 부담능력을 감안할 때 영세할수록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에 대한 지원과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된 상가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등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는 것이 우선이다. 근본적으로 유통대기업의 지나친 시장진입과 독점경향을 막고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을 근절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저소비, 저소득 시대를 맞고 있다. 사회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다. 불평등을 축소하고 소득의 안정을 통해 총수요를 유지, 또는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기본은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양극화를 해소하는 최저임금은 죄가 없다.

 안호영<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