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고장에서 만나는 현대미술·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2018-09-06     양준천 기자

불어 사전을 펼쳐보면 클리세(cliche)라는 단어가 있다. 판에 박은 상투적이라는 뜻의 이 단어는 영화나 소설에서 쓰이는 소재나 이야기의 흐름을 뜻한다.

이러한 클리세 중에 가장 흔한 것이 바로‘가난한 예술가’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예술은‘가난’이라는 클리세에서 크게 벗어나게 됐다.오히려 예술은 이제 경제적 번영을 반영하는 거울이 되었다.

그리고 예술 작품들을 소장한 미술관은 이제 풍요와 여유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3월2일 개관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의 존재는 남원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한민국에 반가운 소식이 됐다.
 

 

▲남원의 새로운 랜드마크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시 춘향테마파크에 내에 위치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서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통한 삶의 질 향상과 지역출신 작가들의 전시 공간 마련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특히 미술관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남원 출신의 대한민국 대표 예술가인 김병종 작가가 본인의 대표작을 남원시에 다량 기증하면서 콜렉션의 기반을 갖추었다.

주요 콜렉션인 한국화가 김병종의 작품을 수집·연구하고 지역미술을 진흥시키며 소외돼 가는 현대 한국화를 재조명한다는 사명 아래 건립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지역적 특징을 제대로 구현한 작은 남원이다.
 

 

▲3개의 갤러리

미술관 전시실은 3개로 나뉘어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갤러리(1)에서는 김병종의 30년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작가의 뚜렷한 회화 영역을 구축한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특히‘바보예수’시리즈는 순수 회화 분야에서 소재와 기법상 만날 수 있을 것으로만 보였던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두 거인을 무색케 만든 문제작이다.

또한‘생명의 노래-숲에서’시리즈는 현대 한국화의 맥을 잇는 작품으로 작가의 혼이 담긴 필획이 인상적이다.

2충에 올라가면 바로 보이는 갤러리(2)는 직사각형 모형으로 되어 있다.

정유재란 중 일본에 포로로 잡혀간 심당길과 그 후손이 남원의 도자기 문화를 일본의 문화와 접목시켜 세계적인 도자기 브랜드를 완성한‘심수당’과 현대의 심수관이라고 지칭할만한 남원의 자랑스러운 12명의 도예가,‘남현도(남원 현대도예)’도자기의 고장인 남원의 진명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들어서 있다.

갤러리(3)은 두 전시실과는 확연히 다른 어둠과 빛의 컨셉으로 구성되어 있다.

3곳의 갤러리 중 가장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이곳에서 감상을 마치고 나올 때 쯤이면 명상을 마치고 나온 것처럼 맑은 정신이 느껴질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숲으로 둘러싸인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

숲으로 둘러싸인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은 전원형 미술관으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이곳을 찾아 미술작품 감상뿐만 아니라 자연의 감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복합 문화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미술관 안에는 2,000여권의 도서를 구비한 북카페가 있어 책과 함께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의 대표 미술관답게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도 병행하고 있어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안성맞춤이다.

9월1일부터 오는 11월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미술관으로 간 인문학’강의가 열린다.

신명섭 강사가 지역 청소년과 시민들이 미술을 보는 안목의 성장을 위해 고전미술 속에 담긴 이야기를 총 8회에 걸쳐 강연할 예정이다.

또 매달 마지막 수요일‘문화가 있는 날’에는 공예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오는 9월24일 금요일(추석연휴 관계로 수요일이 아닌 금요일에 개최)에는 가죽공예를 통한 나만의 자동차 키링만들기, 10월31일 수요일에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천연한방 샴푸 만들기, 11월28일 수요일에는 김병종 교수의 작품‘장미의 숲’을 모티브로 한 장미비누 만들기가 예정되어 있다.

 

▲알면 보인다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는 그의 명저‘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되니, 그 때 보이는 곳은 이미 예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적었다.

우리가 배움에 힘쓰는 것은 그저 암기하기 위함이 아니다. 배움은 이해로 이어져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수 있다.

이번 주말 과거와 다른 나로 변하기 위한 심미안을 갖추고 싶다면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런지.

남원=양준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