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 패러다임 대전환 대통령 직속기구 설립 시급

2018-09-05     김종회

 양극화는 국민의 삶뿐 아니라 정권의 존립을 위협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갖는다. 농업 소득에 있어서도 양극화라는 종양이 어김없이 독버섯처럼 피어나고 있다. 독버섯의 침투는 놀랍도록 빠르고 치명적이다. 좌시할 수 없는 이유다.

 양극화는 중간계층이 사라지고 사회계층이 상류층과 빈곤층 양극단으로 몰리는 현상이다. IMF 외환위기가 발생한 이후 20년간 한국사회의 변화는 IMF 이전 5천년 역사보다 훨씬 더 빠르다. 세계화의 진전과 경제수준의 향상으로 노동집약적 제조업이 쇠퇴해 중국이나 동남아로 이전했고, 기술-자본집약적 산업이 이를 대체했다. 고용 창출 효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하는 근본 원인이다.

 양극화의 모습은 매우 다채롭게 발현된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양극화,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양극화 등이다.

 농업 농촌도 양극화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농업경제학회가 최근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상위 10% 농가의 농업소득 점유율은 0.61에 달했다. 우리나라 전체 농가가 농사지어 번 돈의 61%를 상위 10% 농가가 차지했다는 뜻이다. 반면 하위 50% 농가의 농업소득 점유율은 0.03에 그쳤다. 농가 중 절반이 전체 농업소득의 3%를 겨우 가져간 셈이다.

 문제는 농업소득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는 데 있다. 10년 전인 2008년 상위 10%의 농업소득 점유율은 0.49(49%), 하위 50%는 0.08(8%)이었다. 이 수치는 2012년 각각 0.54, 0.05로 격차가 더 벌어졌고, 2016년엔 더 커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부유한 농가가 가져가는 몫은 더 늘어나고, 궁핍한 농가는 더욱 가난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골짜기처럼 뚜렷해지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영농형태별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실질 농업소득은 2008년 1,121만원에서 2016년 997만원으로 11%가량 감소한 가운데 논벼농가의 소득은 2008년 1,030만원에서 2016년 574만원으로 약 44% 감소했다. 반면 축산농가는 같은 기간에 3,653만원에서 5,589만원으로 50% 넘게 증가했다. 지난 2008년 논벼농가와 축산농가의 소득 격차는 1:3.6이었으나, 8년 뒤 격차는 1:9.7로 더 커졌다. 논 농가와 축산 농가의 소득 격차가 무려 10배에 달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의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농업에 도입한 규모화와 경쟁력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거의 모든 정부는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규모화 정책을 전개했다. 정부 정책자금의 대부분이 대농에 쏠리고 영세농과 고령농은 찬밥신세로 전락했다.

 이러한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는 농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동반돼야 한다. 농업을 무한 경쟁의 링으로 몰아넣어 살아남은 자가 전리품을 모두 챙기는 ‘승자독식’ 시스템을 고집할 게 아니라 민족의 생명산업이자 뿌리산업이란 인식 아래 강력한 농업 보호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쌀값 현실화(80㎏당 최소 24만5,000원 보장), 면적 비례로만 지급되는 직불제에 대한 대대적 수정 보완, 공익형 직불제 확대, 재해보험 강화 등 농가소득 안정대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양극화는 끊임없는 구조적 탐욕이다. 10%의 부자들 속에서도 무한 경쟁을 통해 대부분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결국 1%, 더 나아가 0.1% 승자만이 남게 된다. 극단으로 내몰리면 농업 공동체는 파괴되고 민족의 생명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의 길로 내몰릴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다기능성을 핵심개념으로 하는 농정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절실하다. ‘대한민국 농정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위한 대통령 자문 특별기구’ 설치가 문제해결을 위한 첫 번째 단추다. 임기의 1/4을 경과한 시점에서 실기(失機)하면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농정의 틀을 바로 세울 기회는 결코 다시 오지 않는다.

 김종회<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