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폭력, 이제는 멈춰야 한다
2018-07-22 김형준
왜 그렇다면 이런 공공서비스에 대한 폭력 사건들이 최근에 늘어나는 것일까? 가장 크게는 폭력이나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의 개인적 성향이나 인격의 문제일 수 있겠지만 최근 들어 이런 사건이 빈번해지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보다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사회가 제공하는 의료, 안전 같은 공공서비스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좋은데, 이런 서비스가 무조건적인 제공을 해야 한다는 그릇된 권리의식이 일부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실제로 필자 역시 환자를 진료하면서 ‘내가 내는 보험료, 세금으로 먹고사는 것들이 왜 내 말을 안 들어’ 이런 식의 주장을 종종 경험하게 된다. 안타깝지만, 공공서비스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권리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중히 존중하고 지켜나갈 의무도 동시에 있다는 것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으로는 이런 폭력사건에 대한 그동안 공권력이나 법의 태도가 너무 안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응급실에 온 아픈 사람이 오죽하면 그렇겠는가? 혹은 서비스를 주고받는 계약 당사자 간의 문제로 인식하여 공권력이 가급적 개입을 꺼리거나 당사자의 합의를 부추기며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애매한 사법적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는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분노범죄의 한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같다. 재벌 집안의 갑질부터 묻지마식 범죄까지 최근들에 분노조절을 하지 못해 나타나는 다양한 분노범죄가 사회적 문제인데, 응급실이나 구조현장 등 감정이 격해질 수 있는 현장에서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이 감정을 주체 못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런 ‘분노조절장애’가 증가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랜 경제침체 이후 실업과 삼포시대 등과 같은 사회적 욕구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무기력, 분노, 갈등이 고조되는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도 한 원인이라 생각된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응급실이나 의료기관에서의 폭력뿐만 아니라, 경찰, 구급대원, 또는 운전 중인 운전기사 등 다른 사람의 안전과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과 장소에 대한 어떠한 폭력이나 난동도 강력히 처벌하는 불관용의 원칙으로 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가해자를 벌주기 위함이 아니라 가해자 자신뿐만 아니라 이차, 삼차의 선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최소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또한 안전, 의료, 치안 같은 공공서비스의 혜택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지만, 그 권리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책임과 의무도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서로 소중히 존중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으로의 전환이 있어야 할 것이다.
김형준<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