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노인복지관 실버마술봉사단의 따뜻한 재능나눔 현장

2014-02-06     최영규 기자

 "여기 빨간 스카프 보이죠? 감쪽같이 사라질 거니까, 황소처럼 눈을 크게 뜨고 봐요!"

 지난 4일 익산시 신동 뽀뽀뽀 유치원. 백발의 한 마술사가 주먹에 작은 천을 밀어 넣자 60여명의 아이들이 일제히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이 움직인다. 입김을 불어넣고 '하나, 둘, 셋~'을 외치자 천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신기함에 아이들의 입에선 절로 탄성이 나온다.

 이날 무료 마술공연을 선보인 이들은 익산노인종합복지관 실버마술단원들.

 2011년 1월 결성된 이들은 현재 10여명이 활동 중이다. 이 가운데 능숙한 솜씨를 뽐내는 홍인식(76, 남) 단장과 총무 홍신자(73, 여) 씨의 마술이 일품이다. 마술 경력 3년차의 두 사람은 친인척 관계로 일명 '홍남매'로 통한다.

 이들은 노년에 배운 마술에 푹 빠져 지역 도서관과 노인대학, 어린이집, 유치원, 축제현장 등을 누비며 무료공연을 펼치고 있다.

 홍 단장은"2012년부터 작년까지 아마 마흔세 번 공연을 했을 것"이라며 "이게(자원봉사 증명서) 종이 한 장이고 받아서 큰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얼마나 공연했나 세어보면 괜히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을 하다 은퇴한 후 연극, 인형극, 마술 공연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즐기고 있다.

 특히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성인대상 공연에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한다.

 23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총무 홍신자 씨는 손주들과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마술에 입문하게 됐다.

 그녀는 마술이 노인들에게 꽤 매력적인 취미라고 말한다. 그는 무대에서 어색함을 극복하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거울을 보며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다.

 난이도 높은 마술은 아니지만 꼬마 청중들의 웃음에서 생의 활력소를 찾는다는 은발의 홍남매, 이들의 따뜻한 공연이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익산=최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