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K선생님과 H어머니
130. K선생님과 H어머니
  • 한성천 기자
  • 승인 2013.10.08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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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학교가 편안하질 않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이 원인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교실에서 갈등이 생기면 어른인 교사의 잘못으로 몰리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의 깊은 내면을 건드리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 날이 갈수록 교실에 휴머니즘이 사라지고 있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의 문제를 학교에서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학교는 늘 부족한 느낌이고 교사는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은 학교 교육을 신뢰하지 못하고 부모의 의지대로 자녀의 교육을 끌고 가버린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기대는 항상 크다. 이러 모순이 교육공동체가 가지고 있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속사정이다.

‘이런 교육현장을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필자의 솔직한 의견을 물어온다면 ‘학교도 부모도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最善)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최적(最適)은 아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K선생님이 감정이 격앙된 채 필자를 찾아왔다. 한 아이가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고 했다. 심지어는 교사에게 덤벼들면서 조용하던 교실을 난장판으로 만든다고 했다. ‘아이가 사랑이 그리워서 그러니까 더 보듬어 주고 사랑해주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주자, K선생님은 자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 보았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필자는 K선생님에게 ‘그리할지라도 아이를 더 큰 사랑으로 감싸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K선생님은 마음이 내키지 않은 듯 돌아갔다.

H어머니도 상담을 해 왔다. 담임교사가 아이에게 너무 무관심하다고 했다. 담임교사가 조금만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해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학교생활이 잘못되고 있다고 했다. 이 문제를 가지고 담임교사에게 상담해 보았지만 담임교사에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은 ‘가정에서 좀 더 신경을 써 달라.’는 요구였다고 했다. 도움을 받으려다 혹을 붙인 격이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어쩌다 아이를 그 지경까지 만들었냐는 비난을 참으며 상담을 마치는 것이었다고 했다.

H어머니는 답답하고 혼란스러워졌다. 과연 아이의 문제는 모두 부모의 몫인가? 아이가 문제 있을 때 학교가 도와줄 수 없다면 과연 어디에 가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나? 아이가 아프면 병원에 가서 상담하는데 나는 마음이 아픈 내 아이를 위해 학교에 상담을 요청했건만 이렇게 부모의 역할을 잘못했다는 비난만 받아야 하는가? 필자는 H어머니에게 ‘그리할지라도 학교를 신뢰하고 학교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를 지도해 보자.’고 말했지만 마음은 지금까지도 불편하다. H어머니도 동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성공한 교육은 놓아줌이며 내려놓음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다. 교육현장에 휴머니즘이 살아나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도 부모도 아이를 놓아주어야 한다. 무관심이나 방임과는 다르다. 어른의 권리를 내려놓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며 진심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아이를 만들어 놓았다 하더라도 결코 아이가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 것을 무수히 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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