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선거와 정당공천 폐지문제
기초단체선거와 정당공천 폐지문제
  • 박기영
  • 승인 2013.10.0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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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언론보도를 접해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크고 작은 사건들이 줄을 지어 소개되고 있다. 그래 그런지 새벽에 배달되어지는 조간신문이 기다려지고 또 저녁뉴스가 궁금해지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인 것 같다.

헌데 그런 상황에서 한가지 아쉽고도 서운한 것은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그 이전에 논의되어 왔던 사건이나 중요한 잇슈들이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또 잊혀져버린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흥미 위주의 단순한 사건이나 사안들이 아니라 국가장래와 사회발전에 밀관되고 있는 과제들이 말이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그러한 와중에서 세인들의 관심에서 이탈, 방치되고 있는 잇슈 중의 하나가 아마도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배제문제에 대한 잇슈는 어렵사리 시작된 한국의 지방자치가 그 목적과 원칙에서 벗어나서 파행과 착오를 거듭하고 있다는 데에 근거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은 특히 기초단체에서 빈발하고 있고 그 정도 또한 극심하다.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기초단체선거에서의 정당공천 시행 이후 지방자치의 본질은 궤멸되어 버리고 오직 특정 정당과 정당인들의 이익 쟁투만이 분출되고 있었던 것이 간과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에 관한 바램은 어제 오늘에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민선4기에서는 기초단체장들, 그것도 광주ㆍ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호남지역 단체장들이 정당공천 폐지를 주창한 바 있고, 또 지난 대선에서는 여ㆍ야 후보자들 모두가 이를 집권공약으로 제시하였었다. 그리고 이에 부응하여 지난 여름에는 여ㆍ야가 공히 일반 국민과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내년 6월로 예정된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문제를 당론으로 확정지었다.

하여 현재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문제는 자치법령 개정기관인 국회의 결단만을 남겨 놓고 있는 상태이다.

허나 막상 자치법령 개정기관인 국회의 현재적 태도는 묵묵부답 바로 그것이다. 마치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들 마냥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말이다. 오히려 항시 그처럼 으르렁대던 여ㆍ야가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의 정당공천 여부문제에 관해서만은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처럼 다정다감하고 은근스럽기가 그지없다. 또 낭설이길 바라는 바이지만 더 더욱 가관인 것은 그들은 현재 직선 그 자체까지도 문제시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를 광역단체장선거와 연계시키려 하고 있고 또 교육감 출마후보자의 자격요건도 크게 완화시켜서 정치인들의 진입을 독려한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미 오래전에 지구당제도가 폐지되어 버렸고, 또 최근에 와서는 전자매체의 발달과 검찰력의 강화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대로 좁아진 정치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방선거에서의 공천권의 행사야 말로 마지막 남은 보도(寶刀)일런지도 모르겠다.

허지만 그들은 또한 지역주의가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적 정치현실에서는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인식되고 있는 데도 지역주의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지방선거 입지자들은 조차도 절대다수가 지방선거에서의 정당공천 폐지에 찬동하고 있음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국회의원들만이 구태에 연연하면서 공천권행사를 고집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그들은 오히려 ‘국가와 민족’을 외쳐대며 정치에 입문하였을 때의 초심과 용기백백하였던 기상을 항상 견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조직화된 힘을 가진 사회단체들 역시 준정치집단이나 정치2중대 정도에 머물지 말고, 순수 NGO로서 국회의원들이 정도(正道)에서 이탈하지 않고 정행(正行)을 실천할 수 있도록 때로는 지원하고 또 때로는 견제와 질타를 아끼자 않아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박기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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