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와 전북의 고등교육
대학평가와 전북의 고등교육
  • 이승우
  • 승인 2013.09.2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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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9일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위원회에서 2014학년도 정부재정지원 대학, 학자금 대출제한대학 및 경영부실대학을 평가한 결과, 전북 소재 대학이 6개나 선정되어 비수도권에서 선정된 30개 대학의 무려 1/5을 차지하고 있다. 교육의 도시로 명예와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던 우리 전북 도민들의 자존심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현재의 평가방식을 통한 대학구조조정 정책은 대학가에 매년 불안한 경쟁의 파장을 몰고 온다. 대학별 총평가점수가 마지막 하위 순위 15%에 포함되면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매년 정해지기 때문에 각 대학들이 노력한 결과 절대지표로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해도 상대평가에 의해 부실대학이 반드시 나오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와 같은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 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인한 폐해가 늘어나고 있다. 대학들은 평가의 지표 값을 올리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들을 폐과하여 인기학과 중심으로 대학체제가 재편되고 있고, 특히 전문대학에서는 전문능력인 향상과 거리가 먼 유명 브랜드지점 분양과 같은 판매영업의 수단과 방법 등을 학과로 개설하는 등 대학 내 상업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전대미문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대학은 이제 교육적인 것과 비교육적인 것의 경계를 넘어서서 유행과 인기분야 중심으로 대학체제가 형성되면서 기초분야 학문 등의 기반이 협소해 지고 교육의 기형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따라 대학은 교육에 몰입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여파로 대학 내 갈등만이 고조되고 있는 실상이다.

현재의 대학평가지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재학생충원률을 평가지표로 사용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 평가 방식은 인구주거 비율이 열악한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언제나 불리하고, 비수도권 중에서도 대도시가 없는 우리 전북이 다른 지역보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지표이다. 더 황당한 것은 학생들이 군복무하는 동안은 재학생충원률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남학생 위주의 공업계학과를 신설하는 경우에 그 학생들이 군복무하는 2년 동안은 재학생충원률에서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특히 대규모의 학과를 신설하는 경우에는 그 손해가 더 크다. 도내 대기업들의 요청에 의해 맞춤형 공업계학과를 최근에 대규모로 2개 신설한 K대학은 그 학생들이 군복무를 하는 동안은 충원율에서 15% 이상 손해를 보아 취업률이 전국 13등이면서도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되는 수모를 겪고 있다. 공업계학과를 신설하면 초기 3년간은 무조건 손해를 보는 평가방식 때문에 대학들은 지역사회와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공업계보다는 여학생 비중이 높은 보건계학과를 과잉신설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교육부의 잘못된 평가방식이 산업인력양성체계를 심각히 왜곡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육의 가시적인 성과로서 취업률은 중요한 지표이다. 그러나 취업수요가 제한되어 있는 기초학문 분야나 예체능 분야 등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2014년부터 예체능 분야의 취업률을 평가에서 제외한다고 했지만, 그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적 수요를 고려한 적정한 기준점을 상정하여 평가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오죽하면 예능계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B 대학의 경우 교육부의 대학평가를 거부하여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대학의 독자적 운영을 택했겠는가. B 대학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운영을 건실히 잘하고 있고, 졸업생들도 해당 분야에서 훌륭히 활동하고 있음을 보면 교육부 대학평가 정책의 허상을 반증할 만한 실례라고 하겠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평가방식을 통한 대학 구조조정 정책은 우리 전북의 고등교육발전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천편일률적인 지금의 대학평가과 재정지원 방식은 단기적 처방의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지역의 특색과 함께 지방의 교육적 전통을 어어 온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인구수와 경제규모가 빈약한 전북은 정부재정지원도 다른 지역보다 적게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어 전북 고등교육은 낙후를 면치 못하게 되고 전북 발전의 동력이 상실되고 말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정원 감축과 구조조정만을 위한 획일적인 대학평가 정책보다는 지역의 특색과 여건을 감안한 지방대학의 평가정책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

이승우<전북교총회장, 군장대학교 총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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