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복지정책… 기초연금은 양날의 칼?
흔들리는 복지정책… 기초연금은 양날의 칼?
  •  최낙관
  • 승인 2013.09.23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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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와 함께 통진당 이석기 의원 및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 등 정치적으로 어수선한 정국이 추석을 지나 기초노령연금의 전면적 후퇴라는 암초에 부딪히며 복지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올라 요동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박근혜 정부가 지난 대선 때 보편적 복지의 실현을 위해 공약했던 기초노령연금이 축소를 넘어 파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와 분노에 있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약속 대통령”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많은 국민들은 대통령으로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물론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다수 복지전문가들은 공약실현과 이를 위한 재원조달 사이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적하며 실현가능성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파를 넘어 진정한 복지국가로 가는 초석을 놓는다는 입장에서 박근혜 정부의 신선한 도전에 힘을 실어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고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공무원연금 및 사학연금자를 제외한 국민연금가입자를 대상으로 가입기간 및 소득에 따라 최고 20만원의 기초연금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후 행복연금위원회는 소득 하위 30%에게만 20만원을 지급하고 나머지 소득 하위 70~80%에게는 소득이나 국민연금액과 연계하는 기초연금안을 마련 복지부가 최종적으로 소득 하위 70~80% 노인들에게 최대 20만원 내에서 차등지급하는 안을 금주 내에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박근혜 정부의 복지철학과 정책의 일관성에 근본적인 회의가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축소를 골자로 하는 기초연금 도입과정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에 더 큰 문제가 숨어 있다. 결과론적으로 기초연금 축소에 대한 국민적 저항에 대한 돌파구로 복지부 수장이 십자가를 지고 사퇴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하려는 해결방식이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아내고 있다. 본 사안이 노인의 경제적 소외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장치인 만큼 일각에서는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복지는 시혜가 아닌 권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복지부의 최종적인 조율과 발표만 남겨둔 상황에서 주사위는 이미 던져진 것이나 다름없다. 중요한 것은 설득력 있는 향후 대안과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뿐이다.

기초연금과 관련한 본 사안의 해결방식에 국민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는 중요한 이유는 향후 이와 유사한 복지갈등이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과 보육문제도 지속 가능한 정책수행과 관련하여 첨예한 갈등의 불씨가 살아있고 아울러 4대 중증질환을 100% 지원하겠다는 건강보험도 범위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안정된 복지정책과 복지의 확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만나’(manna)가 아니고 선행조건으로써 조세와 결부된 재원확보가 중요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러한 논리로 볼 때, 박근혜 정부의 복지전략, 즉 복지는 확대하되 증세는 하지 않으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3가지 핵심전략들 사이의 난맥상인 ‘트릴레마’(trilemma)는 접근방식의 전면적인 수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헤어 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지게 되는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재정건전성과 이른바 자주재원이 약한 지자체는 이러한 복지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전라북도가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다고 보는 견해는 거의 전무하다고 본다. 전북의 경우 한 해 복지예산이 1조 3천억원 가량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고 전국 평균보다 무려 5.7%나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라북도의 내년 예산이 올해보다 2천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마디로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살림살이를 꾸리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세외수입 감소로 허리띠는 졸라매야 하지만 전체예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복지를 줄일 수가 없다는 것이 아픔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 복지예산이 중앙정부에 예속된 현재 상황을 감안해 볼 때, 노인인구 비율과 노인 빈곤율이 높은 전라북도가 향후 그간 지속해온 노인일자리사업, 요양서비스 및 무료건강검진은 물론 전체 노인의 약 80%에 해당하는 23만명에 매달 기초노령연금 지급 등 복지현안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실적으로 작금의 불안과 불신은 중앙정부가 큰 복지우산을 펴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그 우산 아래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 수그러들게 된다. 만일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실현 가능하지도 않는 부풀려진 복지정책을 선거에서 표로 바꾸는 근시안적인 태도를 정치권 내부에서부터 스스로 개혁하는 성찰적 반성을 해야만 한다. 채 9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6.4 지방선거를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는 것은 또 하나의 기우일까? 조금은 더디지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복지를 위해 지켜볼 일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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