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홀로서기 결단할 때 아닌가
전북 홀로서기 결단할 때 아닌가
  • 배승철
  • 승인 2013.09.2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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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운태 광주시장이 지난 9일 간부회의에서 “군산에 있는 미군 비행장으로 (광주 군공항을) 합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이야기를 국방부장관에게 여러 차례 했다”는 말이 전북도민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강 시장의 생각은 무안공항이 생기면서 폐쇄될 운명에 처한 광주공항에서 군공항을 다른 곳으로 이전시킴으로써 광주공항을 살리고자 하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번 강 시장의 발언은 그동안 같은 호남지역으로 광주·전남과 상생의 가치를 추구하려 노력했던 전북도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도민의 분노가 되돌리기 어려울 정도로 큰 것은 강 시장의 발언이 궁극적으로는 군산공항을 군공항으로 고착화하고 군산공항의 국제선 허용을 방해하려는 불순한 노림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의 군산공항 견제는 새만금사업에 대한 발목 잡기이며 전북발전을 훼방 놓으려는 치졸한 책동이다. 강 시장과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 2011년 군산공항의 국제선 허용 검토 방안을 재검토 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한 것은 전북의 하늘길을 막아 새만금지역의 해외투자를 봉쇄하자는 의도가 아니었던가.

 그간 전북은 광주·전남과 유사한 역사의식을 공유해 왔으며 정치적으로도 공동보조를 취해 왔다. 이러한 유사성 때문에 우리 도민은 두 지역을 매우 호의적으로 생각하며 교류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 시장의 비상식적인 행위는 전북도민의 호의를 짓밟았으며 자존심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그간 다져왔던 호남권 지자체간 정책 공조를 스스로 깨트리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몇 년간 광주·전남권의 전북현안에 대한 집요한 발목잡기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4년 전인 2009년, 전북이 유치하려던 동북아 상품거래소의 사업철회를 요구하여 훼방을 놓더니, 다음 해인 2010년에는 광주가 대구와 협력하여 R&D특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반면 전북은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세계김치연구소 유치를 두고도 광주시는 전북도와 충돌했고, 전남은 군산에 위치한 갯벌연구소를 무안으로 이전하고자 시도하여 우리 도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또 지난달 전북도청에서 있었던 전북도와 민주당 예산정책협의회에서는 광주 출신인 장병완 의원이 전북 과학기술원 설립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광주·전남권의 전북 견제와 호남권으로 묶여 정부의 각종 개발과 정책으로부터 소외를 받아 온 결과는 호남권을 관할하는 국가 특별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광주·전남지역 편중현상을 보면 단박에 드러난다.

 2013년 1월 현재 30개 기관 가운데 무려 87%에 이르는 26개 기관이 광주·전남에 위치하고 있는 반면, 전북에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을 비롯하여 단 4개 기관만이 소재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광주·전남 쏠림현상에 따라 지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물론 기관이용에 따른 주민 불편 및 우수인력의 역외유출 등의 문제점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MB정부가 지역개발정책으로 채택한 ‘5+2광역경제권’은 호·영남 불균형을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호남권이 단일 경제권으로 형성되어 전북의 홀대와 광주·전남권으로의 예속화를 촉진한 계기로 작용했다.

 현대사회는 탈중심적이고 탈권위적인 다원적 사고를 중심가치로 하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의 사회다. 이에 따라 개인은 물론 많은 지역이 다원적이고 통섭적인 발전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우리 전북의 경우에도 언제까지 호남이라는 한정된 울타리에 갇혀 소외됨으로써 다시는 존재 자체를 위협받을 필요는 없다. 호남이라는 마당을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지평을 넓히고 독자적인 발전 전략으로 지역의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동일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한 주민들끼리 정치공동체 및 경제권을 이루려는 소지역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배승철<전북도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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