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完). 더 나은 효용, 가치의 지역문화
[공유경제] (完). 더 나은 효용, 가치의 지역문화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9.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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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쓰는 사회적 경제모델로 급부상 하고 있는 개념이 ‘공유경제(sharing economy)’다. 미국과 유럽의 국가 등에서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과잉소유와 과잉소비에 대한 반성적 차원에서 ‘공유경제’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의 ‘2013년 1차 공동기획취재-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에 참여해 이 같은 모델의 도입이 지역문화예술을 어떻게 살찌우는가를 살펴 보았다.(본보 8월 12일부터 9월 16일까지 매주 월요일자 보도). 이제, 그 경험을 지역문화예술판에 입힐 차례다.

‘공유경제’의 모델을 실제로 경험한 이들은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나눠쓸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물건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일자리와 소득의 창출로 이어질 수 있고, 지식을 공유하면서 창조성을 배가 된다는 것.

외국의 경우 민간차원에서 ‘공유경제’바람이 먼저 일었다면, 국내에서는 자치단체에서 먼저 선언을 하고 나서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울과 부산 등의 대도시에서는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방식으로 ‘공유경제’의 다양한 사업모델들을 들고 나서고 있으며, 민간 차원에서는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의 활성화 방안을 두고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한 서울시는 주차장과 빈방, 책, 물품 등의 공유사업 분야를 선정한 뒤 구체적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의 공유단체·기업 지정 및 사업비 지원 공모에 선정돼 시의 행·재정적 지원을 받게된 공연 제작사 ‘스탭서울’의 ‘공연 후 쓰고 남은 무대소품·세트 재활용 커뮤니티’사업 또한 주목해볼 만한 공유경제 모델이다.

민간 차원에서 국내 유일의 모델로 평가받고 있는 ‘국민도서관 책꽂이’는 공공도서관이 없는 도서산간지역에 거주하는 사용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고, 버려지는 목재와 가구를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에는 20대 청년들의 구직요청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처럼 개인이 소유한 책을 나눠보는 서가를 꾸리는 일이나 버려지는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동네공방의 운영 등은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입하면 좋은 충분히 현실성 있어보이는 것들이다. 단 한 차례의 정기공연 후에는 방치되거나 버려지는 지역공연예술단체들의 무대세트나 소품 등의 활용 또한 단체간 협의만 이뤄진다면 실현 가능한 모델임이 분명하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한 국내의 상황과 달리 외국에서는 빌딩이나 건물 공사가 덜 돼서 방치된 곳을 아티스트들의 레지던스로 쓰게 한다거나 팝업 스튜디오로 공용하고 있는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다.

수 년 전부터 정책적으로 폐허지를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 유행했다면, 현재는 이들 공간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주민과 얼마나 공유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버려진 공간 등 도시재생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가치를 확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예술을 살찌우기 위한 양질의 사례로 평가된다.

폐허가 된 맥주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재생한 독일 베를린의 ‘쿨투어브라우어라이’와 ‘페퍼베르크’는 최신식 영화관 시설까지 갖추면서 문화예술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구 동독시절 영화촬영장을 리모델링한 ‘우파파브릭’은 예술가와 생태운동가들이 모여 결성한 예술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주민 참여를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한편, 크고 작은 규모의 공연장은 물론, 레스토랑과 오가닉 푸드매장, 베이커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세 곳의 공간은 베를린 주정부로부터 장기간(66년~100년)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 계약을 맺어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이 곳에서 생활하는 예술인이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다 안정적인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역시 낡은 공간을 리모델링해 쓰고 있는 ‘베타하우스’는 개인사업자부터 미디어 종사자, 디자이너, 건축가, 예술가까지 딱히 정해진 사무실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 일을 하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고 있다.

프랑스 파리 외곽 19구에 위치한 문화공간 ‘상카르트104’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유명 예술가의 레지던스 등 전문예술 뿐 아니라 주민참여와 사회적인 부문을 강조해 보다 혁신적인 장소로 불리고 있다. 인근 대학과 보육원 등의 시설과 연계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문화향유기회 활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중심 리볼리가에 위치한 ‘로베르네집’은 작가들의 숙소를 제외한 건물의 모든 공간을 개방하면서 가장 원초적인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평가받을 만큼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은 “예술가의 창작활동은 이를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예술가는 주민과의 커뮤니티를 통해 창작의 영감을 얻고, 주민은 새로운 감성을 주고 받으면서 동반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문화예술이란 공급자와 수혜자로 나뉜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을 탈피하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전문예술분야 뿐 아니라 교육과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도 함께 어우러지는 이상적인 공간들이 많아 지는 것. 예술가와 주민,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일이야 말로 지역문화예술판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첫 단추인 셈이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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