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과 생명윤리 공존의 가치
생명과학과 생명윤리 공존의 가치
  • 장선일 
  • 승인 2013.09.16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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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는 생명체는 태어나서 성장과 성숙 그리고 노화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만고의 진리 속에서 가장 지혜롭고 지혜로운 현명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인간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조차 이 진리를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최대 기대수명은 약 130-140년으로 추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모든 인간은 그 수명에 이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에 처하면서 사고에 의한 손상과 질병이라는 복병을 만나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고에 의한 인체의 손상과 병원체 감염 및 내부 항상성의 교란에 의한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수명이 연장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이 생명과학기술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의학 근간이 된 히포크라테스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환자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고 했다.

  특별히 우리는 나치와 일제에 의한 무지막지하고 잔악한 생체실험을 경험한 바 있다. 그 당시 “뉘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인체 실험에 참여한 의사와 과학자들은 난치병의 치료와 의학적 발전을 비롯한 국가적 이익을 주장하였지만, 그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연구목적이 우수하고 그 결과물이 큰 혜택을 줄지라도 피험자들이 자발적 동의가 없다면, 어떠한 이유에서도 그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판결하였다.

 그 이후 1964년 헬싱키에서 열린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의료인의 윤리강령이 채택되었고, 1975년 1차 개정을 통하여 현재 생명윤리위원회(IRB, institutional review board)로 발전을 하게 되었는데, 1983년 베니스에서 2008년 서울에 이르기까지 세계의사회가 6차 개정을 통하여 IRB을 강화하게 되었다.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생물의학적 연구는 주로 인체의 생물학적 기초정보와 감염성 인체질환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20세기 후반부터는 인간의 유전적 정보와 함께 분자생물학적 기술이 획기적으로 개발되면서 급기야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어 21세기 지금은 그를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더욱이 정상적으로 정자와 난자라는 생식세포의 결합에 의한 자손의 번식이 아닌 체세포로부터 자손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복제 양”이 탄생하면서 생명과학과 생명윤리가 이해 상충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서 생명과학연구 역사는 매우 짧지만, 세계가 주목할 만한 생명과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생명윤리와 이해 상충이 심화하였다. 즉, 동물 및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활용한 복제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1995년 모 교수의 윤리적 사건이 발생하였다. 그 당시 우리는 생명윤리에 대한 어떠한 법적 근거 없이 오르지 생명공학 육성법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운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정부는 1983년에 제정된 생물공학 육성법’에 윤리적 규제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시민단체는 생명공학을 규제하는 별도의 ‘생명안전윤리’의 제정이 필요하다 주장하면서 이 분야의 과학계와 엄청난 충돌을 야기하였다.

 이와 같이 생명윤리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은 2001년 5월 공청회를 기점으로 공론화되면서 2003년 1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 류”이 제정되었고, 2005년부터 시행되었다. 그 이후 많은 논란과 함께 공청회를 거쳐 2013년 2월부터 시행된 개정“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 개정안의 핵심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거나 “인체 유래물”을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과학적·윤리적 측면에서 연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각 기관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였다. 따라서 인간을 대상으로 하거나 인체 유래물을 연구하는 기관은 반드시 기관생명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또한, 2014년부터는 그 결과물을 학술지에 게재하면 IRB승인 번호를 받아야 한다.

 이제 이 분야를 연구하는 모든 학자들은 연구 수행 전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또는 국가지정 “공용윤리심위위원회”의 심의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과거에 강제적 규제가 없었던 상황에서 연구하던 관련 학계에서는 연구과정이 너무 번거롭다는 볼멘소리도 있지만, 생명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이 법을 준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별히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구할 경우 생명존중 측변에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류”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이제 며칠 후면 4계절 중 가장 풍성한 한가위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같이 생명공학과 생명윤리가 공존하면서 발전하여 사고와 질병에서 벗어나 인간의 기대수명치인 10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리는 시대가 오길 기대해본다.

장선일<전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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