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선
중국의 시선
  • 이흥재
  • 승인 2013.09.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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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화라고 들어보셨나요? 중국미술에는 유화, 수채화, 판화 외에 중국화라는 장르가 있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중국 의학, 경극과 함께 중국 고전문화의 3대 진수로 일컬어지기도 하지요.

 국화라고도 부르는 중국화는 붓과 먹, 안료 등으로 화선지나 비단에 그리는 그림을 말합니다. 이것은 서양화가들처럼 사실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운치와 정서에 중점을 두고 그림 속에 시가 있음을 지향하는 것을 뜻합니다. 한 폭의 중국화에는 그림 이외에도 그림과 관련된 시문과 낙관이 들어 있어 시, 서, 화, 인이 결합한 예술이라 불리는 장르인 것이지요.

 수많은 중국화 작가 중에서도 특히 주다오핑(1949- )이라는 화가는 개성 있는 선묘로 유명합니다. <산촌풍경>이라는 작품에서 그는 만화의 배경처럼 구불구불 특이하게 표현된 선과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먹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드로잉 작품처럼 보이는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답니다.

 또 다른 중국화 화가인 우준치(1918-2006)의 작품 <과일 채집>은 과감한 생략과 단순화가 특징이며 피카소의 초기 큐비즘을 연상시킵니다. 그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에서 서양미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말년까지도 새로운 실험을 통해 나름의 추상적이며 중국적인 화풍을 완성해냈습니다.

 이렇듯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이지만 오랫동안 발전해 와서 중국을 대표하는 문화가 된 중국화를 전북도립미술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중국 강소성 미술관 소장품 중 중국화 및 유화, 수채화 100점으로 구성된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지요.

 강소성미술관은 1936년 중국 최초의 국가급 미술관으로 연평균 100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는 공간입니다. 이번 전시는 강소성미술관의 소장품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소개되는 첫 전시로 그 규모 또한 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 대다수는 중국미술가협회 회원과 국가 1급 미술가들로 중국미술계의 거장들이랍니다.

 중국은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미술에서도 세계 1위를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이렇듯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강소성 미술관과 2010년 5월, 우호교류협력을 맺어 2013년 올해 세 번째 소장품 교류전을 열고 있습니다. 나아가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과 독일 바이에른 주립미술관 등 세계의 여러 미술관들과 우호교류 체결을 추진 중입니다.

 전북도립미술관은 이러한 지속적인 교류활동을 통해 도민들에게는 해외미술의 현재를 가늠해볼 기회를, 작가들에게는 국제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도민들이 자연스럽게 미술문화를 향유하는 터를 마련하고, 지역 작가들에게 해외 전시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이와 더불어 이러한 밀접한 관계를 통해 교류 지역 내에 전북도립미술관의 국제적 인지도 또한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시선, 강소성미술관 소장품전> 개막식에 참석한 순쇼윈(58, Sun Xiaoyun) 강소성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한·중 수교 20주년 이후 강소성미술관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이다.”라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었습니다. 순회교류전인 이번 전시를 통해 그 명성과 양미술관의 돈독한 교류활동을 확인해볼 수 있겠지요. 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을 넘어 세계의 미술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계기가 이번 <중국의 시선, 강소성미술관 소장품전>이라 생각합니다.

 이흥재<전북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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