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6. 프랑스 상카르트104(복합문화예술공간)
[공유경제] 6. 프랑스 상카르트104(복합문화예술공간)
  • 김미진 기자
  • 승인 2013.09.13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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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파리의 지도를 펼쳐보면 나선형으로 돌아가는 총 20개의 구를 확인할 수 있다. 현지인들은 세느강변 쪽에 가까운 작은 숫자의 구일수록 번화가이며 잘사는 동네라고 부르고, 숫자가 커질수록 낙후된 주거지역이 밀집한 지역이라고 말한다. 프랑스 정부는 이러한 공간을 정책적으로 활성화시키고 있는데, 19구에 위치한 ‘상카르트104(Le CENTQUATRE)’역시 그러한 공간 중의 한 곳이다. 19세기 장례식장으로 사용되다 방치돼 있던 건물을 시 차원의 리모델링으로 통해 2008년에 개관, 그야말로 복합문화예술공간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달 초, ‘상카르트104’에 첫 발을 들였을 때, 전체 3만6,800㎡의 드넓은 공간에도 놀랐지만 공간의 정중앙에서 그 누구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춤에 열중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리고 그 근처에서 그들의 움직임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노년의 부부의 인자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금세기 최고의 팝아티스트이자 조각가인 키스 해링(Keith Haring)의 대형 조각작품이 눈을 호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수 십 억원 대를 호가하는 작품이 ‘상카르트 104’의 출입 통로에 배치돼 있어 누구나 자연스럽게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과거 마굿간이었다는 지하 공간에는 루브르박물관의 심볼마크를 만든 작가로 잘 알려진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작품‘미로’가 상설전시 중이다. 골판지를 소재로 미로처럼 엮은 길을 따라 움직이도록 만든 대형 미술작품이 설치돼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1874년에 건립된 이 건물은 과거에는 관이나 비석 등 장례식 용품을 만드는 장소로 쓰이던 공간이었으나, 정부 주도의 문화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 되면서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등이 즐비한 파리지만 다소 문턱이 높아 보이는 공간들이 많으나, 이 곳은 사회적인 부문과 주민참여 등을 강조해 보다 혁신적인 장소로 분류된다. 인근의 대학과 보육원, 병원, 장애인시설 등과 연계한 사회적 파트너십을 펼쳐보이면서 사회적 약자들의 문화향유기회 확대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여기에 2010년 새 디렉터 조세 마누엘 곤잘레스(Jose-Manuel Goncalves)가 부임하면서 부터 예술적인 부문까지 새롭게 조명되면서 진정한 의미의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발전하고 있다.

 ‘상카르트104’에서는 연극, 춤, 음악, 시각아트, 마술, 현대서커스까지 그야말로 장르를 불문하고 문화예술이라는 형식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부터 연간 3천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했으며, 지난해에는 9차례의 전시와 12회의 축제, 620건의 공연을 진행하는 등 3년 동안 모두 15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곳에서 자랑하는 공간은 세계 곳곳에서 온 아티스트들이 거주하는 아뜰리에다. 2층에 구축된 19개의 아뜰리에에는 지난해에만 248명의 아티스트가 머물렀다. 아티스트는 보통 3개월~1년 정도 계약을 하고, 장·단기 프로젝트 작업과 발표회를 진행한다. 아뜰리에는 2주에 한 번씩 지역주민에게 개방하도록 되어 있으며, 워크숍과 영화상영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상카르트 104’에 입주해 1년 반 정도 작품활동을 한국작가 권하윤(31)씨는 “예술가로서 전시와 공연 등의 문화활동이 활발한 이 곳에서 하는 작업은 생기를 되찾게 하고 영감을 얻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는 한 달에 한 번 프로그램을 짜서 대중과 만나는 시간을 갖는데, 중·고등학교에 가서 문화적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프로젝트에 참가해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도록 돕는다”면서 “문화 취약지역이다 보니 학생들의 방과 후 활동에 도움이 되고 관심 있는 활동을 찾아 먼저 연락해오는 학생도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상카르트 104’가 아티스트만을 위한 전용공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기를 희망한 주민들의 뜻을 과감하게 수용한 ‘상카르트 104’에는 출입구가 없다.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공간을 원형 그대로 유지하고, 중앙통로를 개방해 누구나 지나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쉬어갈 수 있는 것. 마치 광장처럼 드넓은 공간에서 프로와 아마추어들이 쉴 틈 없이 펼쳐 보이는 예술의 향연에는 특별한 에너지가 감돈다.

 그 옆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La Maison des Petits)’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의 예술적 활동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으로, 마탈리 크라세(Matali Crasset) 작가가 디자인했다고. 이 공간에 구비된 장난감은 대부분 예술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이다. 이곳에는 2명의 심리학자와 1명의 아티스트가 상주하며 아이들의 예술활동을 돕기도 한다. 또한 혁신적인 생산을 꿈꾸는 창작 공방 ‘누벨 파브릭(Nouvelle Fabrique)’에서는 나무와 디지털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진행돼 성과물을 보여주기도 한다.

 ‘상카르트 104’의 연간 총 예산은 1,180만 유로 수준이다. 이 중에서 800만 유로를 파리시가 지원하고,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예산은 공연과 전시 등의 유료 입장 수입과 입주기업(서점이나 중고물품을 싸게 나눠주는 상가도 있다), 개인의 후원 등으로 충당한다. 이밖에 외부기관과 문화활동을 위한 세미나 등이 가능한 공간을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하기도 한다.

 프랑스 파리=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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