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여전한데 창조경제?
복지부동 여전한데 창조경제?
  • 황경호
  • 승인 2013.09.11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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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조경제에 대한 구호가 요란했다.

 경제정책의 주된 목표로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각 부처마다 창조경제 실현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정부 안팎으로 다양한 채찍질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창조경제의 내용을 보면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먼저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함께 경제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모색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통한 생산력 확대, 과학기술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문화의 융·복합을 통한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그리고 융·복합을 가로막는 규제완화와 창의적인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 투자확대를 통한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등으로 정리될 수 있다.

 즉 자본이나 단순한 노동보다 인간의 창의력, 상상력, 아이디어, 지적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선도형 경제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창조 경제를 제대로 실현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공직사회 구성원들의 창의적인 사고 전환이 중요하다. 그들이 바로 창조경제를 앞장서 시행해야 할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내 공직사회에서는 창조경제 구현은 차치하고 구태의연한 무사안일(無事安逸)에 젖어 좀처럼 복지부동(伏地不動)의 구태를 버리지 못하는 모습이 여전하다.

 최근 한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런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도내 한 자치단체에 지목이 전(田)으로 되어 있는 땅에 건물 건축 등을 신청했으나 인접 토지주들의 생트집을 빌미로 행정처리가 늦어져 곤욕을 치렀다는 것.

 즉 앞으로 자신의 토지에 가축을 기를 수 있거나 큰 건물을 건축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원인이 신청한 건축 행위 등이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인근 토지주들의 말을 인용, 허가 시 갈등이 우려된다며 행정에서 인근 토지주들의 동의서를 요구했단다.

 물론 지인은 자신의 건축행위가 인근 토지주들의 재산 피해 등을 직접 초래할 수 있다면 제약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이번 건축행위는 이런 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앞으로 실행 여부가 불투명한 인근 토지주들의 의견만을 앞세운 채 허가 시 향후 갈등이 우려된다는 등의 판단으로 정당한 행정 처리를 소홀히 하는 것은 그야말로 공직사회의 복지부동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건축행위를 하려던 지인의 정당한 행정절차 속에서 인접 토지주들의 극단적 이기주의 등에 기인한 주장을 빌미로 행정 처리를 지연하거나 외면하려는 태도는 분명히 복지부동의 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운운하며 공직사회의 창조적 마인드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이를 외면한 채 보신주의에 급급한 경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직사회의 행정윤리를 바로잡으려면 강도 높은 사정과 감찰 등을 벌여왔지만, 공직사회를 멍들게 하는 좀비족 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민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렴하려고 시작된 민선 이후 공직 내 좀비족들은 더욱 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선 단체장들이 주민 의견에 더 민감한 점을 감안, 행정 행위의 정당성보다는 주민간의 갈등을 봉합하거나 이를 피해가려는 행태가 만연되면서 구태의연한 복지부동파들이 더욱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부정부패와 함께 공직사회의 주된 척결 문제로 꼽히는 복지부동이란 용어는 원래 군대용어로 위급한 전시상황에서 몸을 은폐하고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즉 업무소홀, 처리지연, 소신 결여, 책임회피, 변화거부, 보신주의 등의 의미로 행동하기를 꺼리고, 비난을 피하려 하며, 변화를 거부하는 행태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복지부동 행태의 원인은 크게 형식주의적 근무태도, 권위주의적 조직문화, 직업으로서 공직의 불안감 등을 꼽을 수 있는데 이런 행태를 척결하려면 업무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하고 이의 환류를 통한 적극적인 평가제도 정착 등이 시급하다.

 행정서비스 질의 향상은 업무가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효과적으로 수행될 때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의 목마른 창조경제의 부르짖음이 없었더라도 지역 혹은 개인들의 이기주의가 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공직사회의 책임 있는 행정을 통한 올바른 행정구현은 공직 구성원들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비록 하찮고 흔적없는 일일지라도 공정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으로 주민들의 진정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공직윤리와 행정문화 정착이 굳건해지기를 기대해본다.

 황경호<전주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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