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님을 칭찬합니다
김승환 교육감님을 칭찬합니다
  • 김창환
  • 승인 2013.09.0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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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교육청은 학교 폭력 관련 사항을 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하고 삭제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고집스럽게 생기부에 기재하는 것을 반대한 전북교육청의 입장철회 계기가 궁금하지만, 이번 결정에 별 다섯 개 정도의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다.

  전교조는 성명을 통해 전북교육청의 번복을 비난하지만, 이번 결정이 수구보수의 공세에 밀려 백기 투항을 한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승환 교육감의 정치관을 보수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번복하면서도 ‘절대적인 선(善)’이기보다 선택의 불가피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는 전북교육의 최고 수장으로서 여러 역할이 있는데 최선보다는 차선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이번 사태는 전북교육, 대한민국 교육문제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 우선 학교폭력관련사항을 생기부에 기재하는가, 하지 않는가는 처음부터 논쟁의 초점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사안은 전국에 걸쳐 핵심쟁점이 되었으며 특히 전북은 쟁론장의 눈(眼)이었다.

  국내 언론은 시시각각으로 김승환 교육감과 전 정권의 이주호 장관의 첨예한 갈등을 보도했으며 양측은 성명전을 넘어서서 모든 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며 상대 주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려 했고 사법적 절차에 호소하는 것을 당연하게 간주했다. 더 한 힘이라도 실어주면 반드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고 애쓰고 또 애썼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단박이라도 국민에 대한 공권력 행사가 불가능하거나 학생들의 인권이 현저하게 침해되는 것처럼 보였다.

  정작 이 논쟁과 대립에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었다. 개인의 사회적 삶에 기여하는 것과 사회에서 개인적 삶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 학교폭력의 피해에 대한 사실성이 부족했다. 그 빈칸을 차지한 것은 권력의 무차별한 행사와 공황에 빠질 정도로 허구적인 이념적 담론이었다. 소위 선전성 구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점이다.

  학교폭력이 자주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끼치는 피해는 수치화할 수 없다. 개인차가 있으며 지속성이 학교생활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피해자는 폭력으로 인해 평생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당할 수 있다. 이런 점을 작다고 보고 가해자에 대해 관용을 우선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묻지 마 살인’에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살인자를 처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생을 정상적으로 피해자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즉 가해자의 폭력행위를 추상적인 인권의 문제로만 이해할 수 없다. 인권은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이기도 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의 주체는 평등한 개인이다.

  김승환 교육감이 ‘생기부 기재 절대 반대’를 외친 것은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한 것이다. 생기부 기재 주체는 김승환 교육감도, 이주호 전직 장관도, 교감도, 교장도 아닌 교사다. 교사는 학생의 학교생활과정을 기록해야 하는 자발적이고 강제적인 주체이다.

  폭력은 사회적 개념이다. 물론 학교도 사회지만 학교 밖의 사회와 학교에서 폭력은 다른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학교에서의 폭력은 법적 성격보다는 도덕적 성격이 훨씬 강하게 작용한다. 관용이 있으며 설사 폭력을 처벌해도 교육적 측면을 강조한다. 물론 그 과정의 주체는 교사가 핵심이다.

  교사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이 고전적 테제인 것은 이 때문이다. 교사는 전인적 인간으로 학생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교육의 주체이다. 어떤 학생도 사회적 삶에 부족함이 없도록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며, 좋은 가치관을 갖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임무이자 목적이다. 교사의 가치가 여기서 벗어나면 지위가 교사여도 인정받는 ‘좋은 교사’가 될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이 교사다. 이렇게 보면 생기부에 기재하는 것이 학생에게 이롭지 못한 것을 아는 교사가 폭력행위를 무차별하게 생기부에 기재하겠는가? 불가피하게 기재했다면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더구나 시간이 지나 그 학생이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 해당 내역을 삭제하기로 했으니 개별학생의 인권을 더욱 보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김창환<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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