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의 수학이야기】수학을 알아야 돈을 번다?
【김인수의 수학이야기】수학을 알아야 돈을 번다?
  • 소인섭 기자
  • 승인 2013.09.05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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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번 사람은 누구일까?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정답은 헤지펀드 투자회사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제임스 사이먼스라는 회사의 대표이다. 미국의 소득조사업체 알파 서베이 자료에 따르면 사이먼스 대표는 한해에 무려 25억 달러(약 2조9,000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 놀라운 것은, 그가 경제나 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수학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사이먼스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수학교수로 재직하다 금융계에 뛰어들어 경이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사람이다. 사이먼스 대표의 작년 수입은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의 연봉 5,480만 달러보다 수십 배나 많은 액수이다. 사이먼스 대표가 이처럼 큰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수학을 이용해 복잡한 금융 메커니즘을 정확히 예측해 투자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금융업계의 퀀트(quants)는 수학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분야다. 퀀트란 수량으로 잴 수 있는 뜻의 영어단어인 퀀터테이티브(quantitative)와 분석가(Analyst)에서 합성되어 나온 단어이다. 현대의 모든 금융활동은 수학을 이용해 시장을 읽고 금융상품을 만들며 가격을 결정하는 터라, 수학자들이 선호된다. 그래서 21세기 미국에서는 수학자가 최고의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구직전문사이트 커리어캐스트 닷컴의 조사 결과 수학자는 미국의 200개 직업 중에 최상의 직업으로 뽑혔다. 이 조사에서 수학자는 오염된 연기나 소음이 없는 곳에서 일할 수 있고, 연간 수입(중간값)도 9만4,160달러에 달하는 고소득 직으로 분류되어 최고의 직업으로 꼽혔다.

 한국 금융계에서도 수학 전공자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학 전공자들의 진로는 금융·보험 업계는 물론 경영 분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수학자들이 금융·보험 상품을 만들고, 주식 투자의 적기를 계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수학자의 도움으로 생산비용을 줄이는 기업도 있다. ‘돋보기 안경을 쓰고 낡은 책을 옆에 낀’ 수학자 이미지는 구식이 된지 오래다. 신한은행 금융공학센터 퀀트 팀에서 일하는 강병국(38) 과장은 서울대 수학과 출신이다. 그는 여러 가지 방정식을 사용해 옵션상품들을 풀고, 직접 연습장에 계산을 하며 파생상품을 만들고 있다. 강 과장은 “현재 퀀트팀원 6명 중 2명이 수학전공자“라며 “수학과 박사 출신 2명 등 수학전공자 4~5명이 이미 퀀트 팀을 거쳐 갔다”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계리사(計理士)도 수학 전공자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다. 계리사들이란 보험 상품을 설계하고, 고객이 낸 보험료를 어떻게 관리할지 등을 계획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과거에는 경영학이나 경제학 전공자가 전담할 것 같은 업무를 요즘에는 수학 전공자가 맡고있는 것이다. 실제로 면접 때나 입사한 후에 보면 비슷한 업무를 맡고있는 사람들 중에 수학과 출신이 다른 전공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수학은 경영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미국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경영기획실에 근무하는 장영재 박사는 미국 MIT공대에서 확률이론을 통한 생산운영 분석이라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인물이다. 장 박사는 작년 수학의 스케줄링 이론을 활용하여, 생산라인의 작업순서를 효율적으로 교체했다. 그 결과 회사는 수 십억 원의 비용 절감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아직 광범위한 분야에서 수학 전공자를 선호하거나 우대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 학부과정에서 수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의 정규직 취업률은 대체로 대학 전체의 취업률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낮은 수준이다. 그 이유는 수학과 학생들은 기업에서는 주로 응용수학 출신을 선호하기 때문에 순수수학이 강한 학교는 취업률이 낮은 편이다. 외국계 보험사에 취업한 수학전공자들도 수학을 전공해서 업무에 많은 도움을 얻고 있지만, 수학 전공이 취업 후 회사에서 특별히 우대받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과거에는 대부분의 수학과 출신들이 교사나 학원 강사직을 택하였지만, 금융권에 많이 진출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요즘에는 금융수학, 보험수학, 통계학과 접목시켜 직업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은행권에서도 출신학교보다는 수학이라는 전공에 주목해 채용하는 경우가 느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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