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릴 눈물이 메말라 가고 있다
흘릴 눈물이 메말라 가고 있다
  • 김복현
  • 승인 2013.09.04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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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추석명절 때가 되면 삶의 터전이 각기 다른 곳에서 살던 가족들이 조상을 찾는 만남의 시간을 갖으려고 교통대란을 무릅쓰고 고향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명절이 다가왔음에도 찾아갈 수도, 만나볼 수도, 상호 간에 소식도 전할 수 없는 세계의 유일한 나라가 한반도의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같은 민족끼리 특별히 전쟁을 해야 할 타당성도 없는 상황에서 ‘이념전쟁’의 희생양이 된 한반도는, 1950년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상잔의 6.25전쟁이 남긴 큰 아픔을 가슴에 묻고 통일을 그리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60여 년간 살아온 남과 북에는 혈육의 맥이 끊어진 이산가족들이 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생사라도 알았으면 좋으련마는 알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남과 북이 갈라선 채 고통만을 끌어안은 것이다. 60년 동안 편지 한 장, 소식 한 글자도 서로 교환하지 못한 상태로 모든 것들이 단절된 채로 살아온 이산가족들의 슬픔은 그 어디에다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고통이었다. 하늘도 부부간, 부자간의 관계는 천륜이기에 막지 못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그 누가 이 천륜을 이렇게도 무자비하게 갈라놓았는지? 부모 자식 간에, 형제간에, 부부간에 6.25전쟁과 남북분단으로 헤어진 지 60년 동안,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살아왔다는 것은 사람으로서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비극 중 가장 큰 비극이다. 우리는 이런 비극을 운명처럼 감수하면서 지내야만 했다. 그것도 지구 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가장 먼 이웃으로 살아온 것이다. 이러한 고통을 누가 어떻게 했기에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된다. 길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우선으로 이 비극을 해결해야 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국가와 국민이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상대가 있는 일이기에 그리 쉽지만은 않다. 다행스럽게도 남북적십자가 1972년부터 1985년까지 10차례의 회담을 진행한 결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985년 이산가족 만남을 위한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을 구성 남측 35명 북측 30명이 첫 번째로 상호 만남의 계기를 갖게 된다. 우리는 그때 60년 동안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마음 아파했다. 차마 눈물 없이는 만날 수도 볼 수도 없는 가슴이 찡한 장면에서 우리는 다짐을 했었다.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저 아픔을 씻어주어야 한다고…

그러나 상황은 세월의 흐름만을 탓할 뿐 계속 만남의 자리가 이어지지를 못하고 끊긴 채 기약 없는 길을 걸어왔다. 그러다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산가족 만남이 다시 시작되어 2000년 8월에 이산가족 방문단이 상호 교환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를 계기로 18차례 이산가족 상봉과 7차례 화상 상봉으로 만남의 장이 성사되어 슬픈 사연은 끝을 모른 채 이어졌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2010년 말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지면서 이산가족 상봉도 중단을 맞게 된다. 슬픈 눈물을 흘릴 기회가 사라지고 다시 가슴 속에 아픔을 묻어야 했다.

지금까지 남과 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 상봉은 영상으로 모습이라도 본 것을 포함해서 총 2만1891명이 뼈아픈 눈물의 상봉을 했다. 아직도 혈육을 찾아야 하는 이산가족이 12만8842명이나 된다고 한다. 세월은 이들 이산가족의 아픔을 감싸주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이미 고령으로 5만5960명이 한을 안고 눈을 감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가 7만2882명이라고 하며 이 중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절반을 차지하는 49.8%라고 하며 70세 이상 고령자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세월을 마냥 기다릴 수만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산가족의 만남은 어떤 난관이 있다 하더라도 지속하여야 하며 인도적 차원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가족과 혈육이 만나는 일이 이렇게도 어렵다니 아마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매우 불공평한 것 같다. 누구의 가족인지 누구의 혈육인지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는 일이야말로 시급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지구 상에서 가장 긴 전쟁을 하는 한반도의 아픔이 치유되는 통일의 날까지 남과 북이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이산가족의 아픔을 해결하는 길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민족 4대 명절 중 가장 큰 명절인 추석에 즈음하여 다시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어 아픔의 고통을 달랠 수 있다 하니 다행스럽기 그지없다. 신뢰와 믿음으로 일회성이 아닌 지속하는 만남의 장이 되어 통일의 빛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금은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이 닥쳐와 힘들고 고달프다.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각기 다른 삶의 터전에서 열심히 살았던 가족들이 모여 흐뭇한 삶의 이야기로 꽃을 피우는 즐거운 추석명절이 되기를 바라면서….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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