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설 금병매 <45>부인을 셋이나 데리고 사는
평설 금병매 <45>부인을 셋이나 데리고 사는
  • 최정주
  • 승인 2013.09.0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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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현지사 어른과 터놓고 지내시는 나리도 무송이가 두렵소?”

“누가 두렵다고 했소? 쓸데없는 일로 분란거리를 만들기 싫다는 소리지요.”

“하기사, 부인을 셋이나 데리고 사는 나리께서 아쉴 것이 머가 있겠습니까?”

“지금은 셋이 아니라 둘이요.”

“아참, 얼마 전에 둘째 부인이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했던가요?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떻습니까? 청루에 널린 것이 기생이고, 기생들마다 서문나리와 잠자리를 하지 않은 계집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하던걸요.”

“허허허, 할멈이 날 아주 잡놈으로 만드는군요.”

“잡놈이 나쁜 것은 아니지요. 바람둥이도 다 능력이 있으니까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까 그 색시를 중매설라고 했는데, 나리가 무송일 겁을 내시니 그만 두어야겠군요.”

“겁은 누가 낸다고 그러시오? 무대의 아내는 정숙한 여자라면서요? 정숙한 여자가 바람둥이라고 소문이 난 나한테 눈길이나 주겠소?”

서문경의 말에 반금련의 귀가 번쩍 뜨였다. 사내도 욕심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라는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리한테 중매를 설려고 하는 것이지요. 바람든 계집이라면 제가 어찌 권하겠어요.언젠가 나한테 한숨을 쉬면서 얘길하는데 들어보니까, 무대가 겉만 병신인 것이 아니라 속도 병신인갑습디다.”

“속도 병신이라니?”

서문경의 물음에 왕노파가 흐흐흐 웃다가 아, 사내구실도 제대로 못하는 갑습디다, 하고 대꾸했다.

“하니, 젊으나 젊은 색시가 오죽이나 외롭겠소? 그리고 아무리 정숙한 여자라도 한번 사내를 받아들이고 나면 다음부터는 사내의 눈짓만으로도 옷을 벗게 되지요. 정숙한 여자일수록 한번 사내맛을 알면 사죽을 못 쓰고 덤빈다니까요.”

왕노파의 수다에 서문경이 잠시 사이를 두고 말했다.

“나도 그 색시가 마음에 들기는 했소만, 아무래도 무송이 마음에 걸립니다.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다. 아, 매실차 안 줘요?”

“드려야지요. 내가 수다를 떠느라 차 내는 것을 깜박 잊었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맛 있는 매실차를 드릴테니까요.”

왕노파의 그런 소리를 귓가로 흘려들으며 반금련이 집으로 돌아왔다. 적적한 이층집에 혼자 있자니 왕노파의 찻집이 궁금했지만, 정숙한 부인 흉내를 내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는데, 금방 다시 가는 것도 낯 뜨거운 일이라 하루내 꼼짝 않고 집 안에서 딩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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