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가치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가치
  • 조미애
  • 승인 2013.08.2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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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가치를 존중하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여름 지인들과 함께 중국 쓰촨성에 다녀왔다. 전체 56개 민족 중에서 주로 강족과 장족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성도공항에서 내려 송판시까지 가는 길에는 집집마다 높은 망루를 설치한 강족마을이 있었다. 중국정부에서 관광객을 위해 새로 지은 것이 대부분이라지만 처음 보는 우리에게는 그들만의 주거형태와 생활 습관들이 그저 새로울 뿐이었다.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 한 달여가 되었건만 민강 주변은 복구를 위한 대형트럭들이 줄지어 오고가고 일부 도로 구간은 아직도 오전과 오후에 상행선과 하행선으로 제한 운행 중이었다. 2008년에 있었던 지진 피해의 현장도 남아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낯선 곳을 찾아 가는 여행길은 내게 주어진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중국의 소수민족은 전체 인구의 약 8.5%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들은 대부분 자신들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일부 민족은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다. 소설로 익숙한 『삼국지』에 나오는 촉나라의 영토였던 쓰촨성은 티베트와 접경을 이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 소수민족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장족이 살고 있다. 맑고 높은 음으로 사랑을 노래한 강정정가康定情歌와 화려하게 꽃을 수놓은 여인들의 의상으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민족이다. 최근에 세계자연유산목록에 수록된 구채구와 황룡은 해발 3천 미터가 넘는 곳에 펼쳐진 비경이다. 에머랄드빛 호수와 비취빛 물결은 물안개와 더불어 천상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고산지역에서 자립 생산하여 풍족하지는 않지만 다채롭고 깊이 있는 문화를 지닌 그들의 삶은 바쁜 일상을 살다가 잠시 다니러 온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이지를 다시 생각하도록 한다. 경문통經文桶과 깃발들 그리고 양떼와 야크를 ?는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의 양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폴 레이와 셔리 루스 앤더슨은 오늘날 사람들을 ‘문화 창조자들과 현대인들 그리고 전통적인 사람들’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에 의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현대인을 기르는데 맞추어져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집근처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과 풀의 이름보다는 부자가 되고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학적 공식과 영어 단어 하나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시험 성적을 잘 받고자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절약하고 아끼면서 서로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나 지금은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곧 선善이라는 윤리의식으로 가득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소비문화에 노출되어 비싸고 고급스러운 신제품에 대한 광고의 홍수 속에 잠겨있다. 이러한 소비문화는 갖고자 하는 물건들을 모두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투자하는 학생들은 어떤 물건을 가지기 위해서 일한다고 말한다. 화려하고 깨끗한 새 것은 모두 좋은 것이라고 믿고, 오래되어 낡고 소박한 물건에 담겨있는 가치를 발견하는 것에는 무척이나 서툴다. 현대인들에게는 가끔 뒤를 돌아볼 여유가 필요하다.

대체로 낡은 물건들은 누군가의 고운 이야기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나무와 숲과 그곳에 서식하고 있는 미생물까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생태계에서 인간은 식물과 동물처럼 환경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아직도 길이 먼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어떻게 활용하여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조미애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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