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골(正骨)의 등장이 아쉬운 시대
정골(正骨)의 등장이 아쉬운 시대
  • 박기영
  • 승인 2013.08.22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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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삶이 두려워 사회를 만들고 죽음이 두려워 종교를 만들었다”고 말한 영국의 철학자 H.스펜서의 말처럼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은 조직이나 사회를 떠나서는 생존할 수가 없다.

허지만 생존을 위해 각자가 관련짓고 있는 집단이나 사회 영역에서 그들이 표출하고 있는 태도와 행동들은 동일하지가 않다. 허나 그들이 구현시키고 있는 태도와 행동들을 단순 모형화시켜 본다면 크게 2가지 형태로 구분되어 진다.

그 하나는 매사를 비판적 시각에서 인식하며 그들이 직면한 상황과 현실에 대해 불평과 불만을 토해대는 투쟁지향적 행태유형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처한 상황과 조건을 긍정하고 또 그에 순응하는 현실수용적 행태유형이다. 때문에 이러한 행태적 특성에 연유하여 전자의 경우는 통상 반골(反骨)이란 용어로 대체, 설명되고 있으며, 후자의 경우는 통상적인 대체용어가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반골이란 용어와 대비시켜 볼 때 순골(順骨) 내지 종골(從骨)이라는 용어로 대체시켜 봄직도 하다.

이처럼 개인이 맺고 있는 사회적 관계에서 그들이 표출하고 있는 태도와 행동들은 반골적인 것이든 혹은 순골 내지 종골적인 것이든 간에 그것은 각자가 내면화하고 있는 목표와 이념 그리고 가치관의 구현행태이지 어떤 절대적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하는 선악적 판단대상은 아니다.

헌데 반골이든 순골이든 간에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긍정적 기능이 없지는 않지만 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들이 범하고 있는 경도적 성향과 독선적 행태 및 정답에 대한 무시와 회피적인 태도에 존치되고 있다. 예컨대 한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이 반골과 순골로 양분된 상태에서, 반골적 집단은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부정, 반대하는 막가파(?)로 치닫고, 또 순골적 집단은 부정적 현실에도 독야청청 ‘옳소’만을 연발하는 막난이(?)로 변신되어 진다면 그 사회는 발전은커녕 머지않아 좌초와 궤멸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더구나 그러한 상황이 정치사회에서 전개되어 진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우려스러워 진다. T.파슨스의 사회체제이론에 의거할 때 정치체제는 전체사회를 기능화시키는 4개의 하위체제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치체제가 추구하는 목표의 중대성은 물론 또 그것이 여타 하위체제를 작동시키는 선도체제(Leading Sector)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헌데 최근 십 수 년 전부터 전개되어 지고 있는 한국의 정치사회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반골과 순골간의 사생결단적 대립구도의 전형이 시현되고 있다. 이른바 야권과 호남권은 똘똘 뭉친 반골이며, 여권과 영남권은 ‘옳소’만을 열창하는 철저한 순골이다. 더구나 반골과 순골 그들 모두는 상대방이 어렵사리 찾아낸 정답까지도 당리당략(사익)에 부합되지 않을 때엔 여지없이 팽개쳐 버린다. 그리고 나서는 한 쪽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퇴보하였다’고 상대방을 질타해 대면 다른 한쪽에서는 상대방이 오히려 ‘민주정치에 역행하고 있다’고 맞불을 놓고들 있다. 그들의 당리 앞에 일본의 재무장이나 독도문제, 중국의 급성장, 또 그들의 선배들이 잠언처럼 읊조렸던 ‘국가와 민족’ 문제는 아나로그 시대의 유물로 사장되어 버린지 오래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에 의한 한국의 선진화나 창조한국의 건설이 가능해 질 수 있겠는가!

아니다. 한국정치에서 반골과 순골이 당리당략을 앞세우며 해법 없는 대립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한 그것은 공허한 염불일 뿐 현실일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미래한국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반골도 순골도 아닌 정골(正骨)이 한국사회를 주도하는 시대를 열어야만 한다. 이른바 올바른 ‘시각과 사고와 논리’를 갖고 올바르게 상황을 인지하면서, 옳은 것은 옳다고 말하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반대할 줄 아는 올바른 ‘언행과 노력’을 실천하는 정골(正骨)에 의해 한국사회가 주도되는 시대를 말이다.

박기영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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