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이 예술로 먹고 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
“예술인이 예술로 먹고 사는 세상이 올 때까지”
  • 송민애 기자
  • 승인 2013.08.21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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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최고은을 막아라】4.

 
   
 
 
 

 “물감살 돈이 없어 그림을 못 그리겠다면 지금 당장 연락하세요!”

 서울시 동숭동에 위치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을 찾아가는 길, 혜화역 2번 출구에 내걸린 광고가 유난히도 눈에 들어온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본광고를 하기 전 빈 광고판에 채워 넣기 위해 마련한 임시광고다. 그런데도 이 임시광고는 SNS를 통해 급격히 입소문이 났고, 예술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아마도 예술인들의 간절함을 정확히 꿰뚫은 광고 문구 덕분이 아닐까 싶다. 재단 측에서는 “이 광고는 재단을 알리고자 야심차게 제작한 홍보 광고”라며 아직 ‘예고편’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 광고에서 엿볼 수 있듯,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오롯이 ‘예술인을 위한’ 기관이다. 예술인복지법 시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맡은 핵심기관이라 할 수 있다. 출범 9개월,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운영현황과 과제 그리고 이를 통한 예술인 복지 발전방안에 대해 모색해본다.

 
 ▲ 예술인의 희망과 자부심, 행복을 위한 발걸음

 예술인복지법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관이 바로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 심재찬)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복지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이와 관련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모든 예술인이 안정적 기반 위에서 예술활동에 전념함으로써 사회문화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단의 사업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① 사회보장 확대 ② 직업안정 지원 ③ 복지사업 추진 ④ 복지기반 구축이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요사업으로는 창작지원 복지사업인 ‘예술인 창작 디딤돌’, 취업지원 교육사업인 ‘예술로 배우고 예술로 일하기 프로젝트’, 표준계약서 개발보급,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지원, 예술인 의료비 지원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창작지원 복지사업인 ‘예술인 창작 디딤돌’은 예술인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는 예술인들이 실질적으로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창작 준비 기간에도 더욱 안정적으로 예술활동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 창작준비금 지원과 창작전환기 지원 그리고 장애예술인 창작활동지원으로 나뉘어 지원되는데, 선정된 예술인들에게는 5개월간 60만 원씩 총 300만 원이 지원된다.

 그간 창작준비 기간이면 으레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던 많은 예술인들에게 단비와 같은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예술인 창작 디딤돌’의 경우 지난 상반기 총 524명을 지원한 데 이어, 하반기 진행되는 2차 사업에서는 급증한 신청자로 인해 지원대상을 두 배 이상을 늘려 총 1,437명을 지원키로 했다.

 재단의 여러 사업 중 주목을 받는 또 다른 일은 바로 산재보험 제도정착이다. 일반적으로 산재보험은 근로계약을 바탕으로 일정 근로시간과 작업장이 보장된 일반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 때문에 근로계약을 하는 일이 드물고, 계약을 하더라도 단기간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예술인들은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이에 새롭게 시행된 예술인복지법에서는 이러한 예술인들의 특성을 반영, 예술인들도 기존의 산재보험 제도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정한 사용주 없이도 예술인 스스로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게 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들의 사회보장 확대를 위해 산재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재단을 통해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한 후 3개월 이상 보험을 유지한 예술인가입자에 한해 최저임금 수준인 1등급(월 보수액 1,166,400원) 기준 납입보험료의 30%(월 보험료 1만1,660원인 경우 월 3,500원/연 4만2,000원)를 지원하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예술인 중 직접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해 산재보험사무도 대행하고 있다. 산재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예술인은 보험가입 및 변경 등 관련 업무를 수수료 없이 재단에 위탁해 진행할 수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예술인 산재보험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예술인에게 사회보험을 통한 보장의 길을 열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이밖에도 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표준계약서 개발 및 보급 사업, 원로예술인 의료비 지원사업, 예술인의 직업 안정을 위한 교육사업, 예술인 경력관리, 계약과 노무관리에 대한 컨설팅, 예술인 현황 파악과 정책 개발 등을 실시하고 있다.
 

▲ 그러나 여전히 갈 길 멀어…

 지난해 11월 19일 출범 이후 재단은 다양한 복지증진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시스템 구축 및 기반 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단과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예술인들의 관심과 참여는 여전히 저조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계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점은 실질적 혜택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예술인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복지지원 및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일례로, 기존에 계속해서 제기됐던 4대보험 보장문제는 결론적으로 오직 산재보험만 남았지만, 그마저도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재단의 산재보험 지원료가 30% 정도 밖에 되지 않고, 보상 규정 또한 미비해 예술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아직까지도 예술인 산재보험은 총 110명(2013년 4월 3일 기준) 만이 가입, 예술인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욱이 예술인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예술인활동증명’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역시도 단 1,276명(2013년 4월 3일 기준) 만이 신청해 1,049명이 승인된데 그치고 있어 홍보 및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예산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재단 사업의 대부분이 취업지원 및 교육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순수 창작인 혹은 프로 예술가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재단 역시도 나름의 고충과 어려움을 안고 있다. 당초 예술인 복지금고 재원 200여억 원을 포함해 350여억 원을 요청했지만, 올해 지원된 예산은 단 100억 원에 불과한 것. 근로복지공단 기준으로 법 적용 대상 예술인 규모는 약 54만 명으로, 이는 평균 1인당 2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그나마도 인건비나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이에 대해 재단은 “예술인 복지를 처음 시행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예산 확보다.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많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예술인 복지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예술인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단 당장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일단 향후 예술인 복지지원센터를 만들어 예술인 교육, 일자리, 복지혜택 등에 대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복지지원센터를 통해 예술인에게 실제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색하기 위함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고용노동부와의 협력을 통해 예술인의 특수성을 고려한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마련하고, 예술인들의 대출서비스를 위한 예술인사회복지기금 설치에 힘 쏟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재단은 예술인들의 무관심과 소극적 태도도 사업 운영 및 진행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예술인 복지는 예술인들에게 밥을 먹여주는 게 아니라 밥을 먹을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만들어 주는 일임에도, 상당수 예술인들이 예술인 복지기금은 돈을 나눠주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예술인들의 예술인 복지에 대한 인식이 다시금 정립돼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동시에 예술활동증명이나 산재보험신청 등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절차인 만큼, 다소 귀찮더라도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송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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