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부대의 위용
넥타이부대의 위용
  • 이경신
  • 승인 2013.08.2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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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 연의를 보면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죽은 공명과 산 중달의 한 장면을 박근혜정부와 비교한다면 지나친 상상(想像)일지 모르겠지만 참 닮은꼴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조의 책사인 사마의(중달)는 제갈량의 성품과 지략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선뜻 맞대결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제갈량이 죽었다는 소문을 접한 사마의는 군사를 이끌고 급히 추격한다.

제갈량의 촉군을 거의 따라잡는 순간, 홀연히 촉병들이 깃발을 올리고 북을 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커다란 깃발에는 ‘대한승상 제갈무후(大漢丞相諸葛武侯 )’란 글자가 펄럭이고 여남은 명의 장령들이 밀고 나오는 사륜거에는 윤건을 쓰고 깃털부채를 든 제갈량이 단정히 앉아 있는게 아닌가.

깜짝 놀란 사마의는 공명의 계책에 말려들었다고 여기고 말머리를 급히 돌려 달아나다 자기편끼리 서로 짓밟는 바람에 사상자가 부지기수로 발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제갈량이 죽기전에 강유 등 제장들에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미리 만들어 논 계책으로 공명의 명성만으로 조조군의 사마의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로 널리 전해오고 있다.

객쩍은 서론이 너무 길었지만 박근혜정부의 행태가 너무도 똑 닮은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출범이후 지나치게 불통(不通)과 강경일변도로 질주하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비롯해 청와대와 정부부처 인사를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등 특정 인맥과 최근에는 육사와 검찰출신으로 인의 장막을 치는 등 그야말로 고집불통식 밀어붙이기로 수많은 갈등을 야기했다.

또 국정원의 대선 댓글과 NLL 포기 대화록 공개 등 민주당의 국정조사에 맞서 박대통령은 “국정원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한마디만 던진채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계속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넥타이 부대들의 동요가 시작되자 곧바로 백기를 들었다.

바로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세제개편안을 민주당이 저항의 호재로 삼아 장외투쟁에 나서자 곧바로 원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민주당과 김한길대표의 영 뜨지 않는 국정원 개혁 천막농성이 폭염만큼이나 짜증나고 지루한 찰나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유리지갑 털기이자 세금폭탄”이라는 비판에 직면하자 사실상 대통령이 파문 수습에 나선 것이다.

그 이면에는 30-50대 월급생활자와 중산층, 서민을 포괄하는 세금문제는 2008년 쇠고기 수입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만큼이나 위력이 클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월급생활자로 대변되는 넥타이 부대는 ‘행동하는 부동층’으로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마다 핵 폭풍급 위력을 발휘해왔다.

지난 1987년 6월 열망하는 민주화시위의 최종 완결자가 바로 넥타이 부대였다.

민주화를 외치는 학생들의 시위를 박수로 응원하고 마침내 길거리로 함께 나서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주인공들이 바로 넥타이 부대인 것이다.

또한 쇠고기 파동을 비롯해 크고 작은 선거마다 넥타이부대의 여론향배가 사실상 승부를 결정 짓는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 여론 주도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넥타이부대가 등을 돌릴 경우 이제 막 출범 해채 1년도 안된 박근혜 정부의 임기 5년이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는 인식 아래 즉각적인 재검토로 돌아선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은 격’이 아니겠는가?

넥타이부대가 유리지갑을 턴 세금폭탄이라며 야당의 장외투쟁과 시민단체의 촛불집회에 참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재빨리 꼬리를 내리고 소득세 기준안을 상향 조정해 적당히 마무리 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더 이상 국민을 장기판 졸(卒)마냥 무시하지 않도록 우리 넥타이부대와 서민들이 촛불잔치를 벌여보자, 활활 타오르는 촛불 잔치를…

이경신(민주당 전북도당 부대변인·민주당 완산을 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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