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진짜 냉면에는 밀가루를 넣지 않는다.
127. 진짜 냉면에는 밀가루를 넣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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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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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하이의 건국호텔 3층에 ‘옥류관’이란 북한 식당이 있다. 북한 음식뿐만 아이라 북한식 공연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그곳에 들렀을 때다. 평양냉면이 먹고 싶었다. 필자가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진짜 평양냉면은 밀가루를 섞지 않고 메밀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옥류관의 저녁시간은 에너지가 넘친다. 음식을 나르고 공연을 하는 일을 모두 북한에서 파견된 옛 된 처녀들이 하기 때문이다. 그날도 열대여섯 명쯤 되어 보이는 북한처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기들을 스스로 ‘조국의 딸’이라고 불렀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조국의 딸 중 한명에게 물었다. “냉면을 먹고 싶은데 이곳에서 파는 냉면에 밀가루를 넣는지 주방에 알아봐 주겠어요?” 그런데 그 조국의 딸은 주방에 들를 필요도 없다는 듯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왜, 냉면에 밀가루를 넣습니까? 냉면에 밀가루를 넣으면 그게 어디 냉면입니까?”라고 평양식 어조로 단호하게 말했다. 필자가 다시 물었다. “진짜 밀가루를 넣지 않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다시 말했다. “속고만 살았습니까? 걱정 말고 드십시오.” 이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잔잔한 파동을 일으켰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이 상식적이지 않을 때가 많다. 정치, 경제, 사화문화, 교육 어느 것 할 것 없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정당한 것처럼 비쳐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래도 순수해야 할 교육 현장에서 까지 이러한 모습을 볼 때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상식적이지 않은 부모, 교사, 교육행정가, 교육지도자들이 그들의 논리로 만들어 내는 가짜냉면과 같은 교육의 가치를 따라야 하는 우리 아이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관람하면서도 그러한 사람들의 모순을 볼 수 있었다. 잘못된 지도자가 만들어 놓은 가치에 따라 자신의 자리를 지켜야 할 것을 강요하고, 그 가치의 정당화를 위한 교육을 하며 지도자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처단하거나 매장하는 장면들이 오늘날 우리 현실과 흡사했다. 하지만 역사는 세상이 그렇게 가도록 놔두지 않는다. 진리가 반드시 이긴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아이들을 교육함에 있어서도 꼭 기억해 둘 것이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이 받은 교육내용에 대하여 얼마나 공감하며 그들이 살아가는 힘이라고 믿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진실한 교육을 펼치는 것이 그래서 힘들다. 지금 내 아이를 교육의 이름으로 억압하고 있다면 그만 멈추어야 한다. 아이에게 가장 합당한 교육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야 한다. 아이의 뜻과 부모의 의지를 서로 존중하면서 조율하는 것이 방법이다.

날이 덥다. 얼음이 둥둥 떠 있는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다. 하지만 먹으면 안 된다. 그래서 더 먹고 싶다. 필자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밀가루가 30%이상 섞인 대부분의 냉면을 먹지 못하는 속사정이 있다. 밀가루 알레르기 때문이다. 밀가루를 먹으면 안 되는 당신 사정이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독자도 있겠지만 진짜 냉면에는 밀가루를 섞지 않는 진실이 있다. 노란 저고리를 입고 있던 북한처녀의 “왜, 냉면에 밀가루를 넣습니까? 냉면에 밀가루를 넣으면 그게 어디 냉면입니까?”란 말이 확 와 닫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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